[뇌 이야기] 머리에 물차는 수두증, "수술 가능한 가짜 치매"

박창규 경희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 등록 2020-08-01 오전 12:03:20

    수정 2020-08-01 오전 12:03:20

[박창규 경희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우리의 뇌는 뇌척수액이라는 투명한 액체에 의해서 보호를 받는다. 뇌는 두개골 안에서 뇌척수액 속에 떠 있는 것과 같은 상태로 있기 때문에 눌리지 않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것이다.

이러한 뇌척수액은 뇌 안에 있는 뇌실이라는 공간에서 생성되게 되고 뇌의 머리끝부분이나, 척수의 아래 끝부분에서 다시 흡수돼 항상 일정한 양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박창규 경희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다. 그리고 여러 신경호르몬을 전달해주고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머리에 외상 혹은 출혈 등으로 인해 뇌척수액을 흡수하는 기능이 망가지게 되면 정상 범위로 유지돼야 하는 뇌척수액의 생성이 과다해지거나 흡수가 덜 이루어지고, 뇌척수액을 생성하는 뇌실이 점점 커지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수두증(水頭症)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머리에 물이 차는 병이다. 뿐만 아니라 연세가 드신 분들은 뇌에 특별한 외상이나 병이 없더라도 뇌척수액의 생성과 흡수의 교체율이 떨어져 뇌척수액이 뇌실에 점점 축적되기도 한다. 이 때 뇌압은 대개 정상으로 정상압 수두증이라고 일컫는다.

수두증이 발생하게 되면 뇌실이 커지면서 주위의 뇌 조직을 압박하게 되고, 근처의 신경섬유에 변형을 가져오면서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가장 특이적인 세 가지 증상이 있다. 첫 번째로 기억력 저하, 두 번째 보폭이 짧아지는 보행 장애, 세 번째 소변 장애이다. 이러한 증상의 특징 때문에 연세 드신 분들에게서 발병하게 되면 파킨슨병 또는 치매(알츠하이머병)로 오인해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되고 뇌압이 상승해 시야 장애까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전문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두증의 특이적 증상이 발병했을 경우, 우선적으로 뇌종양과 같은 다른 질환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MRI 등의 뇌 영상 검사를 시행한다. 단순한 수두증의 경우 뇌실의 확장 소견을 관찰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진단 방법은 인위적으로 뇌척수액을 배액하여 증상의 호전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수두증 환자들이 일시적인 뇌척수액 배액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것은 아니다. 수두증 증상 이외에 떨림증이나 서동증 등 다른 이상 운동 증상이 있다면 파킨슨병 혹은 알츠하이머병 등의 다른 질환을 의심하고 이에 대한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뇌척수액의 배액 후 증상의 호전이 있다면 수술 후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수술은 머리에 작은 관을 삽입하여 뇌실을 천자하고 그 관을 길게 연결한다. 이후, 복강 안에 거치해 인공적으로 뇌척수액을 순환시키는 장치를 삽입하는 뇌실-복강 단락술이 가장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으며 효과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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