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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단순히 색을 얹은 캔버스가 아니다. 물감을 스미게 하는, 빨아들여 한몸을 만드는 뭔가가 있다. 그렇지 않고선 거친 붓선을 다 받아들이면서 서로 먹히고 엉켜내는 조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옆과 옆이 아닌 층과 층의 조화를 말하는 거다.
자신을 화려하게 드러내지 않는 푸른빛의 속성이 딱 그랬다는 거다. 그저 밖으로 보이는 현상만도 아니다. 내적인 성숙의 과정’은 만만치 않은 속작업과도 연결된다. 나무를 채취하고, 쪄서 껍질을 벗기고, 물에 담가 부드럽게 만들고, 씻어내 표백하고, 두드리고 말리고, 유연하게 고른 뒤 물 위에 흔들어 대는 등, 열 단계가 넘는 공정으로 한지를 다듬고 자신을 다듬어냈다니까. 마치 의식을 치르듯 말이다.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갤러리도스서 여는 기획전 ‘푸른노트’에서 볼 수 있다. 한지에 채색 콜라주. 53×65㎝. 작가 소장. 갤러리도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