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하는 북·중·러…북 도발 지속땐 한미 더 강력 대응해야"

[특별인터뷰]②한반도 안보전문가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김정은, 핵실험 통해 한미 동맹 균열 노린다"
"러, 북에 핵 관련 도움…김정은, 러 지원 가능성"
"핵공유는 NPT 위반…북에 K팝 보낼 수 있어야"
  • 등록 2022-11-28 오전 4:40:00

    수정 2022-11-28 오전 11:58:16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말 서울에 핵을 떨어뜨릴 수 있을까. 이것은 북핵에 대한 막연한 우려일까. 아니면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의 위협일까.

북한은 올해 9월 핵 법령을 공식 채택한 이후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의 단 분리와 정상 비행까지 성공했다. 북한 핵 능력이 더욱 고도화했다는 게 사실로 나타난 것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핵 위기의 차원이 달라졌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런데 한국은 핵이 없다. 핵이 있는 미국과 어떻게든 협력을 모색해야 하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워싱턴은 최근 북핵 위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데일리는 한반도 군사안보 전문가로 손꼽히는 브루스 베넷(70)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지난 22일(현지시간) 전화 인터뷰를 했다. 마침 그는 13~19일 평택에 있는 험프리스 미군 기지 출장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파악하고 미국으로 돌아온 직후였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실험을 한다면 한국은 K팝과 K드라마로 가득 찬 USB 100만개를 DMZ 전역이 아닌 평양 전역에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사진=랜드연구소 제공)


“김정은, 핵 통해 한미동맹 균열 노려”

-‘화성-17형’의 능력은 어떻게 보는가.

△역사적으로 미사일은 제대로 작동할 때도 실패할 수 있다. 미국도 그랬다. (2018년 8월 당시) 미국은 ICBM ‘미니트맨-3’을 시험 발사했고 실패했다. (미국은 지난 7월 신형 ICBM에 사용될 쓰일 ‘미노타우로스-2’ 발사에 실패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번에 화성-17형이 효과가 있는지 보기 위해 시험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거 실패와 달리 완전한 궤도로 비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

-미국까지 북핵 사정권에 들었나.

△화성-17형의 대기권 재진입(re-entry) 기술 여부는 파악하지 못했다. (대륙간 지상 타격을 목표로 하는 ICBM은 지구 대기권을 넘어 우주로 날아간 이후 고열을 견디고 다시 대기권으로 정상 진입할 수 있어야 위협 수준이 높아진다.) 북한이 이번에 날린 궤적이 미국으로 곧바로 갈 수 있는 것인지 더 지켜봐야 한다.

-북한 핵 능력은 어느 정도로 보나.

△김정은 위원장은 제7차 핵실험을 공군기지와 항만을 파괴하는 수준으로 하고 싶어 한다. 미국이 보는 북한의 전술핵 위력은 1~5차 당시와 같은 10킬로톤(kt) 정도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위력은 15kt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공군기지와 항만을 무력화할 수 없다. 제6차 핵실험을 넘어서는 위력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을 수 있다.

-언제쯤 핵실험을 할까.

△정확한 시기는 알기 쉽지 않다. 다만 더 큰 우려는 있다. 러시아와의 협력 가능성이다. 러시아가 북한에 핵무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을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단기적으로 불가능하다. 30~50년 후에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단기적으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도록 하는 게 목표여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은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는 결정은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나쁜 결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핵 공유에도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다.)

-김정은이 핵에 집착하는 이유는.

△결국 한미 동맹을 깨려는 것이다. 미국이 약속하는 역내 동맹에 대한 확장억제(핵우산)에 한국이 의구심이 표하도록 해 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것이다. 이것이 북핵 위기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확장억제, 사전예방에 더 초점 맞춰야”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미국과 한국은 최근 북한 도발에 너무 약한(modest) 대응을 했다. 미국의 확장억제 조건을 설정하는데 있어 사전적으로 예방하려고 하기보다는 사후적으로 대응하려고 하고 있다. (북한에 미리 구체적이고 강력한 경고를 통해) 사전 예방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미국과 한국은 확장억제의 구체적인 조건을 정해야 하지만, 그것을 하지 않고 있다.

-나토식 핵공유 등의 의견이 나온다.

△(나토식 핵공유는 핵을 보유하지 않은 독일 등 유럽 5개 회원국이 미국과 협정을 맺고 핵 전쟁이 발발할 경우 자국에 배치돼 있는 미국의 전술핵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것이다.) 미국은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핵공유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하지 않다. 실제 미국은 핵을 다시 가져오기를 원하지만 해당 국가들은 이를 꺼리고 있는데, 그래서 미국은 새로운 곳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을 거부할 것이다. 한국과 핵공유가 현실화한다면 다른 나라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게 뻔하다. 이것은 NPT의 실패다.

-한국 내에서도 견해가 분분하다.

△그렇다. 한국 좌파들은 전술핵 재배치를 반대할 것으로 본다. 사드 반대 시위보다 훨씬 사태가 심각해지고 국민 사이의 분열이 커질 것이다.

-또 다른 대응 방안은 있는가.

△미군은 대응 방식의 종류로 외교(diplomacy)는 D, 군사(military)는 M, 경제(economy)는 E, 정보(information)는 I라고 각각 부른다. 북한이 외교를 거부하기 때문에 D는 선택지에 없다고 봐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경제 제재를 거부하는 만큼 E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강력한 대응은 I라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K팝을 두고 ‘악성 암’(vicious cancer)이라고 했다. (K팝과 K드라마를 보는) 북한의 젊은 세대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의식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마치 축축한 벽처럼 붕괴시킬 수 있다. 정권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만큼 김 위원장에게 큰 위협은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지금 그런 대응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 (한국은 현행 대북전단금지법 탓에 북한에 전단, USB 등을 보낼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을 겨냥해 더 적극적으로 정보로 대응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핵실험을 한다면 K팝과 K드라마로 가득 찬 USB 100만개를 DMZ 전역이 아닌 평양 전역에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김 위원장을 향해 엄청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전략이라고 본다.

-중국이 북핵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나.

△중국이 북한을 향해 일정 부분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북한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수준은 아니다. 북한 사람들은 일본은 100년의 적이라고 말하고, 중국은 1000년의 적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그 상황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이용해야 한다.

브루스 베넷 박사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경제학 학사 △파디랜드 대학원 정책분석학 박사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파디랜드 대학원 정책분석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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