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어이가 없네'…재벌 3세의 맷값 폭행 파문[그해 오늘]

2010년 최철원 M&M 대표, 초유의 맷값폭행 '구속'
"돈 더 받으려면 맞아야"…노동자 야구방망이 폭행
2심서 합의로 집유…11년만에 "85% 과장, 난 떳떳"
  • 등록 2022-12-08 오전 12:03:00

    수정 2022-12-08 오전 8:36:26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0년 12월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심사 법정에 한 재벌가의 40대 남성이 피의자 신분으로 서 있다. 피의자는 맷값 폭행으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던 재벌가 3세인 최철원(당시 41세) 마이트앤메인(M&M) 대표다.

해당 영장심사 사건을 심문한 김상환 부장판사(현 대법관)는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이날 퇴근 시간 무렵 최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서 유치장에서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최 대표는 곧바로 구속 수감됐다.

최철원 M&M 대표가 2010년 12월 2일 맷값 폭행 혐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벌 총수일가가 맷값을 대가로 직접 노동자를 폭행한 엽기적 사건은 2010년 10월 18일 서울 용산에 있던 M&M 사무실에서 발생했다.

화물연대 소속 탱크로리 지입차주였던 A씨(당시 52세)는 회사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재벌기업 본사 앞에서 1인 차량시위를 벌였다. 그 이후 M&M 측은 A씨에게 “회사가 탱크로리를 사겠다. 계약을 하러 회사로 오라”고 요구했다. 1년 이상 제대로 된 수입이 없던 A씨는 이에 동의하고 M&M 본사를 찾았다.

피해자 무릎 꿇고 빌었지만 폭행 지속

회사 직원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사무실에서 A씨를 기다린 건 최 대표였다. 사무실에는 건장한 체격의 회사 보안요원들이 도열한 상태였다. A씨는 이 자리에서 회사가 책정한 탱크로리 값 5000만원이 적다며 금액을 더 올려달라고 했다. 이에 최 대표는 “돈을 받고 싶으면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압적 분위기 속에서 최 대표는 A씨에게 “2000만원을 주는 대가로 야구방망이로 20대를 때리겠다”고 압박했다. A씨는 위압적 분위기 속에서 엎드려뻗쳐 자세를 취했고 최 대표의 폭행은 시작됐다.

최 대표는 해병대 출신으로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였다. 최 대표로부터 야구방망이로 엉덩이 10대를 맞은 A씨는 울면서 “잘못했으니 용서해달라. 살려달라 더 맞지 못하겠다”고 빌었다.

하지만 흥분한 최 대표는 두 차례 더 엉덩이를 가격했다. A씨가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 용서해달라”고 빌었지만 최 대표는 A씨 가슴을 발로 차고 주먹으로 얼굴을 폭행했다. 최씨는 폭행을 끝낸 후 A씨에게 1000만원권 자기앞수표 2장을 건넸다.

사건은 11월 말 한 방송을 통해 알려지며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곧바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M&M 측은 “피해자 A씨 측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맷값 폭행 사건은 영화 ‘베테랑’의 모티브가 됐다. (사진=CJ ENM)
“일종의 파이트머니” 황당 해명에 여론 폭발

현장에 있었던 한 임원은 “피해자가 돈을 더 받기 위해 맞은 부분이 있다. 파이트머니 같은 것”이라거나 “2000만원어치도 안 맞았다” 등의 발언으로 분노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경찰은 최 대표가 피해자에게 준 자기앞 수표가 회사 자금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업무상횡령 혐의도 추가해 수사에 나섰다.

또 최 대표가 2006년께 자신의 이웃집에 사는 외국인이 층간소음에 항의하자 측근들과 함께 야구방망이를 들고 찾아가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한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은 폭력행위 처벌법상 집단·흉기 등 상해·폭행 및 업무상횡령 혐의를 적용해 최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최 대표 측은 법정에서 “군대에서 ‘빠따’(배트) 정도의 훈육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11살이나 많은 피해자가 훈육을 받을 지위에 있다고 보기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범행에 위험한 수단을 이용했고 우월적 직위와 보안팀 직원 등 다수인을 대동해 사적 보복에 나선 점 등을 고려할 때 피해에 대한 책임이 무겁다”며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최 대표는 이에 불복해 항소하는 한편, 2심 도중 피해자 A씨와 합의했다. A씨는 법원에 최씨에 대한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2심 재판부는 2011년 4월 합의를 이유로 최 대표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판결로 최 대표는 구속 4개월여 만에 석방됐다.

이 사건은 2015년 8월 개봉한 영화 ‘베테랑’ 속 악역 조태오(유아인 분)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연말 다시 주목을 받았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에 당선된 후 맷값 폭행 전력으로 대한체육회가 인준을 거부하자 11년 만에 직접 당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최철원 M&M 대표가 지난해 12월 16일 서울동부지법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지위확인 소송을 마친 후 취재진 앞에서 맷값 폭행 사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철원 “언론보도 과장…떳떳해 얼굴 들고 산다”

그는 지난해 12월 서울동부지법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맷값 폭행 관련한 언론 보도는 85% 과장과 허구로 나온 것”이라며 “영화 ‘베테랑’도 95%는 과장과 허구다. 난 떳떳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번 만들어진 내용은 나중에 거짓으로 밝혀지더라도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모든 게 거짓이라는 건 아니지만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말했다.

영화 ‘베테랑’에 대해서도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어서 나 같은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국민을 속 시원하게 해 줬다면 다행이지만 내가 두들겨 패고 돈을 던져줬다는 건 허구”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나는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내가 한 행위에 80~90% 이상 떳떳하게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떳떳하게 얼굴 들고 산다”며 “난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법원의 유죄 판결에 대해서도 “(당시) 내가 구속되고 벌을 받아야 해결된다는 조언을 받아서 유죄 판결 받으려고 스스로 걸어 들어간 것”이라며 “억울했지만 대응하지 말고 10년 동안 말하지 말라는 조언을 받아서 10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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