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친구 야구]클레멘스-실링 일그러진 백인 영웅

  • 등록 2008-02-12 오전 10:15:17

    수정 2008-02-12 오전 10:29:02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습니다. 하여 유종의 미(有終之美)라고 하였습니다. 영어에도 같은 뜻의 숙어가 있더군요. ‘a successful conclusion’.

새해가 된 지 달포가 지났을 뿐인데 난데없이 웬 제야의 종을 치냐고 지청구를 들어도 할 수 없습니다. 요즘 메이저리그의 걸출한 두 말년 스타 로저 클레멘스(46)와 커트 실링(42)의 행태가 저녁도 먹기도 전인데 숭늉을 찾게 만들고 있는 탓입니다.

내일 모레면 쉰 살 지천명인 현역 최다승 투수는 이전투구를 하고 있습니다. 엉덩이에 주사를 ‘맞았네, 안 맞았네’ 하더니 이제는 업소용 화보를 찍는 일도 아니었는데 부인에게까지 주사를 놓았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그런 선배를 향해 지금까지 받은 7개 사이영상 중 절반이 넘는 4개를 반납하라고 목청을 높였던 네 살 아래 후배는 참으로 묘한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몸에 몇 번이나 칼을 댔던 주치의가 “이렇게 찢어진 어깨로는 던질 수 없다. 꼭 수술을 해야 한다”고 다짐의 다짐을 줬건만 그렇게 따를 듯 하더니 얼마 못가 “그냥 재활하란 말이야”라는 구단의 엄포에 바로 꼬랑지를 내렸습니다. 퇴직금 조인 800만 달러의 뭉칫돈에 눈이 어두워서였습니다.

구단은 의학적 견해의 차이라고 주장하는데 영 믿기지가 않습니다. 주치의는 그가 아플 때마다 회복시킨 명의니까요.

구단은 뭉칫돈이 '눈 먼 돈이 돼 버릴까(아니 이미 됐죠)' 노심초사한 끝에 ‘못 먹는 감’ 찔러나 본 게 정확할 것입니다. 그 심보에는 ‘사람 일을 누가 알아?’라는 0.001%의 가능성에 기댄 멍청한 배짱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해가 안가는 점은 지난해도 그가 몹시 앓았던 만큼 구단은 당연히 스포츠보험을 들어 놨을줄 알았는데 예일대 출신의 똑똑한 단장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후배가 주치의의 말을 듣든 말든, 구단의 뜻을 따르든 말든, 구단이 보험을 들었든 안 들었든, 그런 것들은 논외입니다.

문제는 후배도, 선배처럼 X밭에서 구르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입니다. 다만 차이라면 선배는 의사당에서 선서를 하고도 결백을 주장해 법의 심판대에 서고, 후배는 양심의 저울 위에 올라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후배처럼 처지가 그렇게 됐는데도 양심의 저울을 스스로 치워버린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벌써 십년이 다 돼 가네요. 선수들의 연봉이 비로소 천만 달러는 ‘뉘 집 개 이름’이 되기 시작한 그 때 “아니 천만 달러도 적다고 하면 도대체 제정신이 있는 자들인가”라며 또다시 재계약으로 튀기기는커녕 구단 옵션을 그대로 수용하고 1년 후 만류에도 조용히 은퇴한 마크 맥과이어가 그랬습니다.

최근 사례도 있습니다. 바로 엊그제 오클랜드와 70만 달러에 계약한 키스 폴크입니다. 2004년 보스턴의 마무리로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던 그는 혹사의 후유증으로 부진했음에도 구단이 옵션을 행사하지 않아 자유계약선수로 지난해 클리블랜드와 500만 달러 계약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금의 팔꿈치로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없다면서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스스로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부상자 명단에만 올랐더라도 고스란히 거액을 움켜쥘 수 있었겠지만 양심의 명령을 거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인생입니다. 사람마다 나름의 존재와 삶의 방식이 있습니다. 제3자가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인정돼야 할 부분입니다. 예수님도 말했습니다. ‘누가 저 거리의 창녀에게 돌을 던지랴.’

하지만 존재를 존재답게 오롯이 지탱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진실과 양심 아니던가요.

선배 로저 클레멘스와 그 똑같은 후배 커트 실링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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