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친구 야구]한국 평범 투수 김병현과 미국'수퍼'에이전트

  • 등록 2008-02-26 오전 10:10:21

    수정 2008-02-26 오전 10:10:21

[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김병현이 지난주 피츠버그와 계약했습니다. 스프링캠프 투·포수 등록일을 훨씬 넘긴 뒤였습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적잖았던 모양입니다. LA서 친형처럼 따르는 지인에게 자유계약선수(FA)인데도 하루 종일 전화통을 붙잡고 기다려야 하는 신세를 한탄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걸려온 소식이 고작 마이너리그 계약이라도 할 거냐, 말 거냐 여서 “차라리 야구를 그만 두겠다”는 성마른 생각도 했답니다.

김병현은 소주잔을 털면서 격정을 터뜨리기도 했다는데요. 바로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로부터 당한 소외 탓이었습니다. 수퍼 에이전트라는 그가 자신보다 못한 백인 선수들의 계약은 척척 일궈내면서 자신에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보라스와 한국 선수들의 인연은 참으로 고약합니다. 선배 박찬호도 그에게 ‘찬밥’을 면치 못하다가 끝내 몌별의 수순을 밟았으니까요.

하지만 이는 보라스만 탓하기도 좀 그런 문제입니다. 자본주의 프로 스포츠에서 에이전트와 선수란 철저히 비즈니스 관계가 아니던가요?

아직도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인 개리 셰필드와 보라스의 수수료 분쟁이 그렇고, 사실상 계약 관계가 끝난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그의 결별이 또한 그렇습니다.

팔이 어디로 굽느냐는 피부색이 아니라 돈이고, 그것은 선수나 에이전트나 마찬가지입니다. 박찬호와 김병현도 그래서 스스로 보라스를 찾아가지 않았던가요.

이즘에서 새삼스레 아쉬운 것은 한국인 메이저리그 에이전트의 부재, 아니 전멸이란 현실입니다. 만약 박찬호와 김병현의 뒤에 한국인 에이전트가 있었다면 그들이 최소한 인간적인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 상실감 내지 배신감은 느끼지 않았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텍사스 시절 박찬호가 지역 언론으로부터 ‘등을 칼로 찔러서 부상자 명단에라도 올려 연봉의 일부라도 보전해야한다’는 악의에 찬 비난을 받았을 때 보라스가 취한 액션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저스 시절 하루가 멀다하고 다저스타디움을 찾아와 갖은 추파를 다 던진 끝에 고객으로 만드는데 성공한 그는 이미 수수료를 챙긴 후였으니까요.

그 이전 박찬호의 에이전트 스티브 김은 어땠습니까. 당시 총각이었던 박찬호의 이성문제까지 신경을 쓰고 고민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8년 전 한국인 첫 빅리거와 에이전트였던 박찬호와 스티브 김의 헤어짐은 지금 와서 생각해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인 에이전트의 싹이 밑동부터 잘려나가 오늘 자본의 탈을 쓴 미국인 에이전트에 의해 아무렇지도 않게 김병현이 취급받는 참담한 소외의 현실에 이르렀으니까요. 그저 만시지탄일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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