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친구 야구] 프로 야구 개막과 캐머런의 불문율

  • 등록 2008-03-25 오전 9:29:31

    수정 2008-03-25 오전 10:47:22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2002년 5월2일 U.S 셀룰라필드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시카고 화이트삭스전. 시애틀이 15-4로 크게 앞선 가운데 9회초 무사 1, 2루서 3번 타자 마이크 캐머런(현 밀워키)이 오른쪽 타석에 등장했습니다. 관중들의 시선은 일제히 그에게 쏠렸습니다. 대기록을 달성하느냐 마느냐가 이 마지막 타석에서 결판나기 때문이었습니다.

캐머런은 사상 13번째 4연타석 홈런을 친 뒤 전 타석(7회)에서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해 5연타석 홈런은 놓쳤습니다. 하지만 사상 최초의 한 경기 5홈런은 살아 있었습니다.

앞서 두 타자를 모두 4구로 내보낸 시애틀의 3번째 투수 마이크 포르지오는 캐머런에게도 내리 볼 3개를 던졌습니다. 말 그대로 천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한 천재일우의 배팅 찬스. 스트라이크 넣기에 급급했던 포르지오의 4구는 예상대로 정직한 패스트볼이었습니다.

하지만 캐머런은 치지 않고 그냥 흘려보냈습니다. 그리고 볼카운트 1-3가 돼서야 배팅에 나서고(파울) 6구째를 휘둘러 우측 펜스 워닝 트랙 앞에서 잡히는 타구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경기 후 동료들의 환호 속에 망토와 왕관을 쓰고 간신히 클럽하우스에 들어온 캐머런은 기다리고 있었던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물론 패스트볼이 들어올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11점이나 앞서고 있었고 스리볼이었습니다. 왜 기록에 욕심이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그런 식으로 야구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캐머런은 지 알고, 내 알고, 하늘도 아는 ‘눈 먼’ 공을 노려 쳤더라면 역사에 길이 남을 위업을 이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공명심을 누르고 스스로 불문율에 복종했습니다. 그것은 명예이고, 매너이고, 스포츠맨십이었습니다.

25일부터 메이저리그를 시작으로 일본(퍼시픽리그는 19일 개막)과 한국, 세계 3대 프로야구가 차례로 정규 시즌에 돌입합니다.

메이저리그와 한국 야구는 혹독한 겨울을 보냈습니다. 메이저리그는 판도라가 아닌 전혀 새로울 게 없는 개뼈 상자에 불과했지만 미첼 리포트가 발표되면서 공공연했던 선수들의 금지 약물 복용이 사실로 확인돼 씻을 수 없는 치부를 드러냈습니다. 와중에 ‘백인의 영웅’ 로저 클레멘스는 친구 트레이너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진실 게임을 벌이면서 스스로 무덤을 팠습니다.

한국 프로야구는 어땠습니까. 신생 구단의 불투명성과 거기에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아마추어 행정력과 난맥상이 비빔밥이 되면서 개혁의 시급함과 당위를 절감케 했습니다.

어영부영 이런 문제들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했을 때 터져 나온, 전 해태 선수 이호성의 엽기적인 네 모녀 살해 사건은 그런 파행상과 겹쳐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고도 KBO는 그 흔한 성명서 발표 하나 없어 패닉 상태에 빠진 팬들을 ‘나 몰라라’했습니다.

메이저리그는 2년 연속 60억 달러 수입, 한국 프로야구는 13년만의 500만 관중을 향해 닻을 올립니다.

그러나 잃어버린 불문율, 스포츠맨십을 되찾지 못한다면 말짱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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