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한국의 공격이 좋아진 대신 수비에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여러 곳에서 접했다. 사실 한국의 조직적 수비 능력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다. 현대 축구에선 스트라이커부터 골키퍼까지 모두가 수비라고 할 수 있다. 월드컵 대표팀은 그런 움직임에서 이전보다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유럽과 남미의 세계 정상급 수비수들에 비해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움직임의 차이는 한국 축구 전체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 성인 축구에는 전문적인 수비 훈련을 받으며 성장한 선수가 거의 없다. 이번에 대표팀에서 수비를 맡은 선수들도 대부분 공격수, 혹은 미드필더 출신이었다. 나 역시 학생 시절엔 미드필더로 뛰었다. 이는 전문적인 수비수로서 교육을 받아야 할 중요한 시기에 공격수의 훈련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우선 수비수는 '공격에서 밀린 선수'가 맡는 포지션이 아니다. 수비수도 공격수 못지않은 스피드와 기술을 갖춰야 한다. 공격수에게는 없는 별도의 자질도 필요하다. 좋은 수비수는 실점을 최소화하는 움직임 속에서 팀 전체를 지휘하고 통솔할 수 있어야 한다. 경기의 흐름을 읽는 눈과 예리한 상황 판단 능력도 중요하다.
이제 한국의 남아공월드컵이 끝났고, 4년 뒤인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 축구가 4년 동안 반드시 발전하리라는 보장은 아무 데도 없다. 어느 나라 축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발전할 수도 있고, 퇴보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4년 뒤의 한국 축구는 다시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 것이고, 이번에 이루지 못한 원정 8강과 원정 4강의 꿈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