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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술을 마시고 나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라면도 그 중 하나다. 쫄깃한 면발을 ‘후루룩’ 먹고 난 뒤 얼큰한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마시면 숙취도 사라지는 듯하다.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 사람들도 술을 마시고 난 뒤 숙취 해소를 위해 ‘라멘’을 즐겨 먹기 때문이다.
왜 술을 마신 뒤에는 라면 또는 라멘이 그렇게 먹고 싶은 걸까. 일본의 한 과학정보사이트 편집장을 맡고 있는 저자가 그 답을 찾기 위해 영양성분의 물질대사를 연구하는 도쿄대 농학생명과학과 교수를 찾아갔다.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당과 수분이 부족해진다. 여기에 알코올이 뇌에서 공복감을 증가시키는 신경을 더욱 자극한다. 음주 이후 우리 몸이 당과 수분, 또 공복감을 채우고자 라멘을 먹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라면과 라멘, 종류는 조금 다르지만 한국과 일본에서 공히 사랑받는 음식임에는 틀림없다. 일본 전역에는 약 5만개의 라멘 전문점이 성행하고 있고 연간 생산되는 인스턴트 라멘은 약 56억개에 달한다. 한국도 세계라면협회의 통계(2015년 기준)에 따르면 국민 한 사람당 한 해에 약 75개의 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야말로 국민 음식인 셈이다.
그런데 정말 라멘에 들어간 화학조미료는 몸에 나쁜 걸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이번엔 가공식품 저널리스트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다. 답은 “각국의 식품 첨가물 안전 기준을 따르는 화학조미료는 안전하다”는 것. 다만 화학조미료가 우리 몸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서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란다. 더 위험한 것은 라멘의 과도한 염분과 높은 칼로리. 이에 라멘을 먹을 때는 채소나 견과류를 곁들이는 편이 좋다고 제안한다.
저자가 라멘과 관련한 여러 궁금증을 과학적으로 파헤치는 이유가 있다. ‘도대체 라멘은 왜 맛있을까’란 호기심 때문이다. 그 여정은 라멘의 맛을 결정하는 요인들, 쫄깃한 면발의 과학, 온도에 따른 라멘 맛의 변화, 인스턴트 라멘과 환경 호르몬의 관계까지 이어진다.
물론 저자는 우리가 라멘에 매료되는 이유가 단순한 뇌의 작용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라멘을 ‘영접’하는 이유는 “유명 맛집의 한 그릇이든 마트에서 파는 인스턴트 라멘 한봉지든 먹는 사람에게 기쁨을 주고 싶은 라멘 만드는 사람의 바람”이 담겨 있기 때문이란다. 그렇게 저자는 “라멘의 중독성은 참신하거나 농후한 맛에 있는 것이 아니라 라멘이 선사하는 추억과 행복에 있음”을 전한다. 음식도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법. 책장을 덮을 때 라면이든 라멘이든 한 그릇 생각이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