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친구 야구]산타나, 사이토, 케이시 ‘연봉은 history’

  • 등록 2008-02-19 오전 9:36:39

    수정 2008-02-19 오전 9:43:39

▲ 산타나 [로이터/뉴시스]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올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빈곤으로 여느 해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습니다. 구단들은 FA보다는 계약 만료를 한 두 해 앞둔 선수들과의 연장 계약에 주력했습니다. 넘쳐나는 돈을 가치가 떨어지는 현재에 투자하기보다 앞당겨 미래에 쏟아 부은 것입니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외계인’ 요한 산타나의 계약이었는데요. 미네소타가 올 시즌 후 FA가 되는 그를 겨우내 이리저리 넣다 뺐다를 반복하다가 뉴욕 메츠와 트레이드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메츠도 72시간의 협상 시한이 모자라 2시간을 연장한 끝에 간신히 계약을 마쳤습니다.

쟁점은 시간이었습니다. 당초 미네소타가 4년 8000만 달러를 제시했다가 퇴짜를 맞았습니다.

메츠도 계약 기간을 놓고 산고를 겪었습니다. 산타나가 7년 보장을 요구한 반면 메츠는 개런티 5년에 2년 옵션을 주장했습니다. 결국 양측은 1년씩을 양보하고 7년째 산타나가 일정 성적을 채울 경우 2500만 달러의 옵션이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선(총액 1억3635만 달러)에서 타협했습니다.

산타나는 평균 연봉이 2290만 달러에서 2050만 달러로 깎였지만 안정적인 미래를 선택했습니다. 메츠도 기간을 연장해준 대신 그만큼 돈을 보전했습니다. 오는 3월13일 미국 나이로 29세가 되는 산타나는 이제 34세가 되는 2013년까지 매년 20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을 꼬박꼬박 받습니다.

LA 다저스의 마무리 사이토 다카하시의 계약은 산타나와는 거꾸로 구단이 미래 가치를 매긴 경우였습니다. 사이토는 200만 달러에 사인했는데요. 지난해보다 100%가 뛰었지만 헐값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이토는 2006년 6승2패 24세이브, 지난해 2승1패 39세이브로 뛰어난 성적을 올렸습니다.

사이토가 빅리그 평균 연봉에도 훨씬 못 미치는 계약을 한데는 아직 FA는커녕 연봉조정신청 자격이 있는 풀타임 3년을 채우지 못한 이유가 큽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구단이 책정한 미래 가치였습니다. 계약 다음날 만 38세가 된 그는 올시즌도 시험대입니다.

무작정 태평양을 건너온 그의 맹활약에 대해 샌디에이고 브라이언 자일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선수, 우리가 몇 년이나 봤다고요? 아직 잘 모르잖아요.”

사이토는 밥먹듯한 연투로 부상의 위험을 달고 사는 피곤한 마무리 투수이면서 하루가 다른 노장이기도 합니다. 다저스가 선뜻 뭉칫돈을 안겨줄 수 없는 불투명한 미래의 조건을 다 갖췄습니다.

디트로이트에서 FA로 풀리며 보스턴으로 이적한 좌타자 션 케이시(34)의 계약은 연봉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정의였습니다.

지난해 400만 달러를 받았던 케이시는 320만 달러나 깎인 80만 달러에 사인했는데요. 지난해 성적은 143경기에 출장, 타율 2할9푼6리로 나쁜 게 아니었습니다. 11년간 5번이나 3할을 때리며 신시내티 시절엔 박찬호를 잘 두들겨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케이시가 웬만한 2년차 선수의 연봉밖에 받을 수 없었던 이유는 왜인가요?

무엇보다 강타자들이 즐비한 포지션인 1루수로서 장타율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4홈런 등 3년 연속 한 자리 수 홈런에 60타점을 밑돌았습니다. 또 한번도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하질 못했습니다.

이는 세이버매트리션의 대부 빌 제임스를 고문으로 모시고 있는 테오 엡스틴 보스턴 단장에겐 엄청난 감점 요인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결국 엡스틴은 당초 70만 달러에서 최종적으로 10만 달러를 더 올려주는 ‘횡재’ 계약을 끌어냈습니다. 거기엔 데뷔 후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보지 못한, ‘사람 좋은’ 케이시의 백업요원도 좋으니 보스턴서 뛰고싶다는 열망도 손뼉을 마주쳤습니다.

선수의 연봉엔 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말 그대로 ‘history’입니다. 산타나, 사이토, 케이시의 계약을 통해 에누리 없이 재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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