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싹한 연애`. 귀신을 보는 능력 때문에 연애가 곤란한 여자와 귀신을 무서워하는 겁 많은 호러 마술사의 연애담을 그렸다.
극 중 주인공 여리처럼 남다른 촉이라도 가진 걸까? 연출 황인호. 낯선 이름에 먼저 시선이 꽂혔다. `또 신인감독`이다.
감독의 예술로 불리는 영화에서 검증되지 않은 신인감독. 배우에겐 그 자체가 부담이다. 그럼에도, 손예진은 자신의 필모그라피 절반을 이름 없는 감독의 데뷔작으로 채웠다. `연애소설` `내 머릿속의 지우개` `백야행` `무방비도시` 등 작품이 뇌리를 스친다.
그녀도 "고민을 안 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럼에도 `오싹한 연애`를 택한 건 시나리오의 힘이 컸다. 자신만의 촉도 다시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감독, 이야기, 캐릭터, 상대배우. 물론 다 중요하죠. 하지만, 결국 마지막 선택은 느낌으로 하게 돼 있어요. 마음이 가는 작품을 택하는 거죠. 그래도 그간의 결과를 보면 제 촉이 둔하지는 않은 것 같죠?"(웃음)
그러고 보니 두 남편을 가지려는 도발적인 아내(`아내가 결혼했다`)일 때도, 내숭 100단의 작업녀(`연애의 정석`)일 때조차 달콤함을 잊어본 적 없는 그녀다. 흰 피부에 긴 머리, 오랜 시간 청순함의 대명사로 불려 온 손예진은 "다 지난 옛날이야기"라며 손사래를 쳤다.
차갑고 깍쟁이 같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직접 만난 손예진은 꾀 많은 여우보다는 우직한 소에 더 가까웠다. 고등학교 3학년 때 CF 모델로 데뷔해 당시 연을 맺은 소속사 대표와 지금까지 13년째 한솥밥을 먹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
"청순미인 자리를 같은 소속사 후배에게 내어주게 됐는데 서운함은 없느냐?"라는 물음에 손예진은 "아쉽다기보다 신기하다"며 지난 10여 년을 회상했다.
"처음 소속사에 들어갔을 땐 제가 막내였는데 그분들이 다 나가시고 지금은 제가 언니가 됐어요. 지난해부터는 상대남도 연하에(`개인의 취향` 이민호, `오싹한 연애` 이민기) 요즘은 촬영장에 가도 저보다 나이 어린 스태프가 대부분이에요. 낯설면서 신기하죠."
과거 사진을 보면서도 솜털이 보송보송한 모습에 스스로 놀랄 때가 잦다고 했다. 하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으냐는 물음에는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잘라 말했다.
"이제 막 일을 즐기게 됐는 걸요. 20대 땐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어요. 당근 없이 채찍질만 가하며 나를 괴롭혔죠. 빈틈을 보이길 싫어하는 성격이라 더했어요. 연예계 선후배들과 마음을 터놓고 어울리기 시작한 것도 최근 일이에요. 차기작인 영화 `타워` 찍으면서는 촬영이 끝나도 집에 가기 싫을 정도였는데, 전 여유로워진 지금이 좋아요.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고요."
`오싹한 연애`는 20대 손예진에 작별을 고하는 작품인 동시에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영화다. 그녀의 말을 빌리면 "슬프다가 무섭고, 더 무섭겠다 하고 있으면 엉뚱하게 웃기는, 의외성이 많은 작품"으로 오는 12월1일 개봉한다. (사진=권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