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권, 초반 상승세 비결은? '무념무상'

  • 등록 2012-03-30 오전 10:08:18

    수정 2012-03-30 오전 10:08:18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 SK 박정권의 스타트가 심상치 않다.

시범경기서 29일 현재 삼성 이승엽과 최형우에 이어 타율 3위(3할7푼9리)에 이름을 올렸다. 10경기에 나서 29타수 11안타 3타점 3득점, 볼넷 3개를 얻어냈다. 출루율 4할3푼8리, 장타율 5할1푼7리(2루타 4개). 이승엽, 최형우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하지만 나무랄데 업는 성적이다. 

팀내 타율, 안타수도 단연 1위. 8개 구단 가운데 최고의 팀 타율(2할9푼6리)을 보이고 있는 SK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지금까지 시범경기 페이스가 늘 좋지 않았다"던 박정권이다. 올시즌은 분명 다르다. 이유를 물었다. 그는 "작년에 바닥까지 떨어졌던 경험이 헛되지만은 않았다.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해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507타석에 섰지만 타율은 2할대(2할5푼2리) 에 머물렀다. 13홈런, 53타점. 타율이 2할6푼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박정권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부터 '나를 내려놓기'가 목표라고 했었다. "나 자신을 컨트롤을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부진의 이유였다. 한 타석, 두 타석째 못치면 그날은 하나도 치지 못했다. 내가 날 심리적으로 구속했고 스트레스를 줬다"며 지난 시즌 부진에는 마음의 문제가 컸다는 이야기를 했다. 

올시즌 기술적인 변화를 준 것은 없다. 오로지 마음가짐 변화에만 신경을 썼다. 현재 방망이가 잘 맞고 있는 것도 "생각없이 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일체의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무념무상(無念無想)이 비결이었다. 

이 무념무상의 마인드가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올시즌 주장을 맡고 마음의 부담이 더 생길 법도 했지만 이 역시 내려놓았다.

"지금은 정말 막 돌리고 있다. 작년에 생각이 많았다. 그걸 바꾸고 마음 편하게 들어가는 게 중요했는데 올해는 단순하게 편안하게 해줬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몸이 반응하는데로 치고 있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시범경기일 뿐. 시범경기에서 높은 수치, 결과적인 면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만 유일하게 의미를 두는 부분이 있었다. 좌투수 대처가 좋아졌다는 점이었다.

박정권은 좌투수 4할6푼2리, 우투수 상대 3할1푼3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보통 좌타자는 좌투수에게 약한 편. 지난 시즌 좌완(2할3푼8리)에게 우완(2할6푼2리)보다 약했다. 이 역시 생각을 버리고 타석에 들어간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좌완도 우완이랑 똑같다. '좌완에게는 더 몸을 닫아놓고 쳐야 한다. 어깨가 일찍 열리면 안된다' 등 오히려 더 신경을 쓰니까 몸이 열리게 되더라. 왼손타자인데도 좌투수 대처가 좋아진 것은 결과를 떠나서 참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정권은 올시즌 목표을 구체적으로 정해놓진 않았다고 했다. 목표가 생기면 욕심이 많아지고, 그러다보면 다시 생각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철저한 무념무상, 최고의 경지에 오르겠다는 박정권. 2012시즌 그의 성적표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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