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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는 순제작비 6억 9000만 원에 마케팅 비용으로 그 이상을 써 결국 투자 비용을 전부 회수하지 못했다. ‘감독’ 하정우가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상업영화로는 적은 제작비로 자신의 색깔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관객의 호응은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올해 초부터 ‘베를린’, ‘더 테러 라이브’ 등 배우로 출연한 작품마다 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아 ‘대세’로 불리는 하정우의 작품임을 생각하면 다소 아쉽다.
박중훈의 ‘톱스타’는 순제작비가 50억 원으로 P&A(홍보 마케팅) 비용까지 더하면 최소 170만 관객은 모아야 손익을 맞출 수 있었다. 박중훈이 연출료까지 반납해 영화 제작에 쓰는 등 열의를 보였으나 입장권 판매 수익 기준 최소 4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배우가 감독에 도전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배우 구혜선과 유지태가 각각 장편영화 연출작 ‘복숭아나무’와 ‘마이 라띠마’로 관객의 평가를 받았다. 흥행 성적은 ‘복숭아나무’ 3만 3000여 명, ‘마이 라띠마’ 7000여 명으로 역시 손익분기점을 못 넘겼다. 물론 이 두 작품은 독립영화 제작 방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하정우·박중훈의 사례와는 다르게 평가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유지태는 자신의 첫 장편영화 연출작이었던 ‘마이 라띠마’로 프랑스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감독으로서의 재능을 인정받기도 했다.
한국에는 왜 성공사례가 없을까. 전문가들은 배우 출신 감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보수적인 시선, 할리우드와 다른 제작 환경, 부족한 스토리텔링 능력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배우가 감독으로 나서면 ‘어떻게 만들까?’라는 기대치와 ‘배우가 영화를 만들면 얼마나 만들겠어’ 식의 낮춰 보는 시선이 함께 존재한다”라면서 “전자는 기대치를 높게 잡고 영화를 보니 ‘그보다 못하다’고 실망하고, 후자는 별로일 거란 생각에 아예 영화를 안 보니 흥행 성적이 나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출신 감독들도 보완해야 할 점은 있다. 연기 연출은 강한데 그 밖에 스토리텔링 등에선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는 것.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한국 관객들은 특히 영화를 볼 때 이야기의 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배우 출신 감독들이 대체로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이야기만 생각했지, 그것을 요리하는 솜씨는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방법에 대한 연구와 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배우 출신 감독으로 꼽히는 방은진은 첫 작품 ‘오로라공주’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두 번째 작품을 내놓는 데 무려 7년의 시간이 걸렸다. ‘톱스타’를 투자배급한 롯데엔터테인먼트 한 관계자는 “할리우드에선 기획, 시나리오 등 각 분야가 고도로 분업화돼 있어 감독이 연출에만 집중하면 된다”면서 “하지만 한국에서는 감독이 주로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등 의존도가 커 감독 변신에 부담이 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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