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송혜교 그리고 대중을 위한 기회

  • 등록 2014-08-27 오전 8:05:30

    수정 2014-08-27 오전 8:05:30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열연한 배우 송혜교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방인권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길의 이치는 사람의 인생과도 닮았다. 배우 송혜교는 요즘 이러한 이치에 고개를 끄덕인다.

송혜교는 지난 2010년 중국 감독 왕가위와 영화 ‘일대종사’로 호흡을 맞추며 연기의 참맛을 깨달았다. 이듬해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오랜만에 찾은 국내 촬영장에서 연기의 희열을 느꼈다. ‘이것이 연기하는 행복이구나’ 싶었을 때 공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안아야 할 논란과 마주했다. 이미 해결은 된 문제였다. 하지만 일부 대중은 실망했다. ‘자숙’이라는 말로 잠시 대중으로부터 숨을 수 있었지만 현실은 송혜교를 그렇게 두지 않았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이라는 공동 작업을 이끈 주연으로서 작품에 가져야 할 책임감도 무거웠다. 송혜교는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시를 회상했다.
송혜교.(사진=방인권기자)
“이미 끝난 일이라도 내 잘못이었다. 의도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진심이었다. 연기하며 느끼는 행복, 친구들, 가족과 보내는 시간, 모든 것들이 소중한데 그 모든 것을 잃을 만한 잘못은 생각한 적이 없다. 다시 사랑 받는 배우, 캐릭터로 인정받고 공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내달 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두근두근 내 인생’이다. 송혜교는 조로증이라는 병 때문에 시한부 인생을 사는 16세 아들 한아름(조성목 분)을 떠나보내야 하는 34세 엄마 미라 역을 맡았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라 송혜교만의 미라를 완성하기가 부담됐지만 이재용 감독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해답을 찾아갔다.

“소설을 좋아한 팬들이 많아서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소설 속 미라도 끌어내고 싶고, 감독님이 그리려는 미라도 품고 싶었다. 둘다 쫓다보면 다 놓칠 것 같아서 감독님이 표현한 시나리오는 물론 그가 골라준 옷, 헤어스타일대로 연기했다. 내가 고르면 여배우로서 예쁘게 보일만한 포인트를 찾았을 수도 있는데 미라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감독님을 믿고 따랐던 것이 좋았던 것 같다.”

극중 미라는 걸그룹의 꿈을 포기하고 10대와 20대를 엄마라는 이름으로 희생한 인물이다. 워낙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터라 아는 것은 많지 않아도 친구처럼 놀아주고 대화하는 엄마다. 남편 대수(강동원 분)까지 ‘아들 둘을 키운다’고 푸념하면서도 가장의 듬직함과 아이의 행복에 배불러하는 엄마의 모습은 여느 어머니들의 모습과 닮았다.

‘두근두근 내 인생’ 속 송혜교의 모습.
송혜교도 영화 속 캐릭터와 현실을 같은 선에서 이해하며 연기에 집중했다. 송혜교는 극중 한아름처럼 애교는 없지만 책임감 강한 아이였고, 그의 어머니는 극중 미라처럼 온 동네 어른들이 혀를 찰만큼 장난기 많고 순수한 시골 여인이었다.

“정말 모성애가 절절한 희생적인 엄마의 모습을 연기했다면 많이 어려웠을 거다. 우리 엄마랑 닮은 캐릭터, 보통의 엄마 같은 모습이 보인 역할이라 열심히 할 수 있었다. ‘두근두근 내 인생’처럼 아직 해보지 않은 역할, 도전하지 못한 모습이 많다. 스릴러도 하고 싶고, 악역도 욕심난다. 많은 분들이 그 사람이 보여준 성공한 캐릭터에 맞춰 비슷한 역할을 제의하는 편이다. 내 스스로도 그런 부분을 깨고자 독립영화도 찾고 그랬던 것 같다.”

‘두근두근 내 인생’을 계기로 아픈만큼 성숙할 시간을 얻은 송혜교는 이제 연기에 탄력이 붙은 모양새였다. 1996년 CF로 데뷔해 벌써 20년 가까이 연예계 생활을 이었지만 30대가 된 지금에서야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 해보지 않은 역할, 도전해보지 않은 영역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송혜교.(사진=방인권기자)
“예전에는 날 서포트해준 분들이 많아서 연기에 대한 큰 책임감을 느끼지 못했다. 어려운 신을 앞두고 마냥 스트레스를 받았다. ‘일대종사’를 촬영하면서 감독님이 ‘내가 지금까지 봤던 송혜교의 모습은 다 아웃이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정말 힘들었던 만큼 공부가 됐다. 촬영이 끝나도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모니터링하고 감독님과 대화를 나눈다. 힘든 연기가 있으면 어떻게든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연기가 신나고 즐거워진다.”

“어떤 작품에서든 앞으로 캐릭터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그렇게 바라봐주시길 바란다”는 송혜교의 바람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보인다. 송혜교는 미라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훌륭한 원작은 스크린에서도 힘을 냈다. 그의 말대로 과오는 덮을 수 없지만 그 과오에 언제까지나 얽혀있을 순 없다. 그것은 당사자에게도 대중에게도 마찬가지다. ‘두근두근 내 인생’이 송혜교에게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기회가 된 것처럼, 지난 한주간 그에게 실망했을 대중과 팬들에게도 송혜교를 다시 배우로 바라보고 그에게 이입될 수 있는 기회가 될 터다.

“연기가 즐거워진다.”(사진=방인권기자)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아빠 최고!
  • 이엘 '파격 시스루 패션'
  • '내려오세요!'
  • 행복한 강인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