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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매화인지 벚꽃인지, 한눈에 봐도 봄꽃이다. 휘영청 떠오른 큰 달을 가득 덮고도 넘친다. 거기다 바람에 휘휘 날리는 꽃잎까지. 감수성을 툭툭 쳐댈 만큼 화사하고 탐스럽다. 그럼에도 사실, 주역은 따로 있다. 왼쪽 귀퉁이에 나란히 선 저들. 알록달록한 초록우산을 받치고 어깨동무를 한 저들. 힌트라곤 달랑 꼬리뿐인 저들은 ‘호랑이’다. 작가 모용수가 인간세상에 던져놓은 캐릭터.
달콤한 장면이 끝이 없지만 작업까지 달콤하진 않아 보인다. 올록볼록한 토속적 질감을 내기 위해 맥반석을 재료로 쓰고, 민화풍을 내려 빨강·파랑·노랑 등 강렬한 원색의 색감에도 공을 들인단다. 한국화를 전공한 화가의 감성을 한껏 머금은 서양화의 지난한 탄생과정이라고 할까.
2월 28일까지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길 갤러리조은서 여는 기획전 ‘소품락희’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46×46㎝. 작가 소장. 갤러리조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