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e갤러리] 희극 혹은 비극, 아직 끝나진 않았다…장진영 '베리 베리'

2020년 작
정물·인형 소재 극사실주의기법 동화 그려
배경물색 구도연출…스토리텔링까지 의도
사라져갔던 세상풍경 복원하는 '실험'처럼
  • 등록 2020-06-28 오전 4:10:00

    수정 2020-06-28 오전 4:10:00

장진영 ‘베리∼베리∼’(사진=갤러리도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몸에 새긴’ 토마스 베어가, 붉고 푸른 베리가 얹힌, 몸만한 치즈케이크 앞에 섰다. 그 옆으론 욕조로 써도 될 컵에 담긴 과일주스가 놓였고. 잘 찍은 사진 한 컷인 듯하지만 잘 그린 그림 한 점이다.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곰에 입힌 코트의 바늘땀 하나, 조명이 만든 그림자의 겹겹, 오목한 스푼에 비친 흐트러진 형상까지, 세밀하게 그어낸 붓질이 시선을 끈다.

작가 장진영(36)은 정물을 소재로 작업한다. 특히 동물인형을 즐겨 데려다놓는데. 화사한 색감, 부드러운 질감뿐만 아니라 이들이 꿈틀대며 만든 듯한, 사연 있는 스토리텔링까지 의도하는 거다. 단순한 콘셉트의 정물화가 아니란 소리다. 이를 위해 작가는 그들이 놓일 구도를 연출하고 배경까지 물색한다는데. ‘베리∼베리∼’(2020)를 위해선 서울 종로의 한 카페를 찾아냈단다.

왜 굳이 정물이고 인형인가. 실험이 아닐까 싶다. 내 인생에서 더 이상 주체가 되지 못하는 그들이 새삼 눈에 들어올 때 내뿜는 잠재력을 재보자는. 몸이 커지고 생각이 딱딱해지며 점점 사라져갔던 세상풍경을 애써 복원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7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도올서 여는 개인전 ‘정물 동화’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91×91㎝. 작가 소장. 갤러리도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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