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롭’ ‘퍼프소매’ 유행에 반기드는 MZ세대...“편한 옷 원해”

"노출 있는 옷보다 편한 옷이 좋아요"
여성 의류 대신 유니섹스 캐주얼·남성 의류 구매
전문가 “몸매 강조하는 디자인에 저항...코로나19 영향도”
  • 등록 2021-05-29 오전 12:30:26

    수정 2022-01-19 오후 3:43:47

임지수(28·여)씨는 최근 옷을 구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마음에 드는 옷을 찾아도 상의의 밑단을 짧게 자른 ‘크롭’ 디자인이 썩 내키지가 않아서다.

임 씨는 평소 잘 쓰지 않는 쇼핑 애플리케이션(앱)까지 설치했지만 크롭 디자인인 옷이 너무 많아 결정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크롭 디자인이 예쁘긴 하지만 입으면 추워서 잘 입지 않는다"며 "요즘 크롭티가 유행하면서 대체로 상의의 길이가 짧다보니 옷을 못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이슬(33·여)씨도 얼마 전 한 SPA 브랜드 매장을 방문했지만 옷을 구매하지 못하고 나왔다. 판매하는 옷들이 대부분 기장이 짧고 몸에 딱 붙어 불편해 보였기 때문이다.

권씨는 “크롭과 소매를 크게 부풀린 ‘퍼프소매’ 디자인을 좋아했다”면서도 “최근 출시하는 크롭 디자인의 옷들은 몸에 딱 붙게 나오다보니 버스 손잡이를 잡을 때나 허리를 숙일 때 신경이 쓰여 구매를 꺼리게 된다”고 전했다.

크롭’·‘퍼프소매너무 많아...옷 고르기 어려워요

크롭 디자인으로 출시되는 여성복 (사진=SPA 브랜드 홈페이지 캡처)


최근 MZ세대 여성 소비자들은 인터넷 쇼핑몰이나 SPA 브랜드 매장에서 크롭티와 퍼프소매 디자인의 옷이 난무해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유행을 따르는 대신 편안함을 추구하면서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나 남성의류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4월 25일~5월 4일) 동안 여성 고객이 구매한 크롭티나 크롭탑은 전년 동기 대비 구매량이 24% 감소했다. 퍼프소매 상품도 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G마켓 여성 고객의 남성 의류 구매량 신장률 (사진=이베이코리아)


반면 여성 고객이 구매한 남성 맨투맨 및 후드티 구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다. 남성 니트 구매량은 11%, 남성 가디건·조끼 구매량은 8% 각각 증가했다. 남성 점퍼와 야상, 패딩 등의 구매량도 38% 신장했다.

G마켓 관계자는 "크롭티와 퍼프소매 옷은 구매량이 감소한 반면 남성 의류 품목 중에서도 상의 제품의 구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며 "여성 고객들이 유니섹스 캐주얼 스타일로 착용하기 위해 상의 위주로 구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MZ세대가 몸을 드러내 날씬함을 강조하는 여성복에 대한 저항의 움직임으로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남성 의류를 찾는 것이라 분석했다. 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외출이 줄면서 옷을 살 때 디자인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 인기...남성 의류 찾기도

패션업계는 여성 고객들의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 수요가 증가했음을 실감한다는 반응이다.

패션 테크 기업 크로키닷이 운영하는 여성 쇼핑 앱 '지그재그'는 지난 3월 '브랜드관'을 오픈했다. 지그재그를 통해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고 싶어하는 여성 고객들의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

브랜드관에서는 아키클래식·어커버 등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와 다양한 스트리트 브랜드 300여 곳의 상품을 접할 수 있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보세 의류의 경우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제작되기 때문에 유행하고 있는 디자인 중심으로 판매와 구매가 이뤄진다"며 "지그재그는 패션 플랫폼으로서 고객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자 브랜드관을 오픈했다"고 설명했다.

김보경(21·여)씨는 특정 디자인이 유행하면 많은 여성복 브랜드들이 비슷한 형태의 옷만 출시하는데 취향과 맞지 않아 구매를 꺼린다.

김씨는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 '코닥 어패럴(KODAK APPAREL)' 상품을 구매한다. 코닥 어패럴은 미국의 카메라 브랜드 '코닥(KODAK)'의 로고 디자인이 특징으로 MZ세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다.

제품들은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크게 디자인됐지만 화려한 색깔이나 큰 로고로 포인트를 준 것이 특징이다. 코닥 관계자는 “여성 소비자 비율이 70% 정도로 남성 소비자보다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아예 남성 의류를 구매하는 여성 소비자들도 있다.

윤정인씨는 주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구매하는데 옷을 받아보니 생각보다 길이가 짧아 난감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윤 씨는 “요즘 상의는 작고 달라붙는 디자인이 요즘 유행이지만 그보단 입기에 넉넉하고 편하고 가벼운 옷이 내 취향”이라고 덧붙였다.

윤 씨가 택한 대안은 남성 의류 쇼핑몰이다. 그는 평소 크기가 넉넉한 스타일의 옷은 남성 의류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송예슬(26·여)씨도 번화가의 남성 의류 쇼핑몰을 애용한다. 송 씨는 “남성의류 쇼핑몰은 사이즈에 구애받지 않아도 돼 좋다”고 했다.

오프라인 남성 의류 쇼핑몰에서는 이를 실감한다는 반응이다.

엠플레이그라운드는 신촌과 홍대 등 서울 번화가에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남성 의류 업체다. 엠플레이그라운드 관계자는 “여성 손님 비율이 30% 정도”라고 했다. 이어“특히 봄 시즌에 원 마일 웨어(실내와 집 근처 1.6km 반경 내에서 입을 수 있는 옷)로 출시한 남녀 공용 트레이닝복이 여성 고객들로부터 인기를 모았다”고 덧붙였다.

“몸매 강조하는 디자인에 저항...코로나19 영향도”

전문가는 소비자들이 몸을 드러내고 강조하는 디자인의 여성복에 대한 저항으로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와 남성 의류를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크롭 디자인은 길이를 짧게 해 날씬한 허리를 강조하는 디자인"이라며 "전형적인 크롭 디자인의 판매가 감소한 것은 여성 체형에 대한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시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옷을 선택할 때 편안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줄어 많은 이들이 슬세권(편안한 복장으로 각종 여가·편의시설을 이용하는 주거 권역)에서 생활하게 됐다”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디자인의 옷보다는 일상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권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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