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20억 바로 쏜다는데…벤처투자 '쏠림' 심화

[벤처투자 양극화]②작년 벤처투자 첫 6조 돌파
ICT 등 일부 업종 투자 과열 의식해 몸값 낮추기도
반면 제조·지방 벤처 투자유치는 '하늘의 별 따기'
벤처 창업 늘어나는데, 제조 벤처 되레 감소하기도
ICT·바이오 등 성장 가능 분야에 투자 집중 '한계'
  • 등록 2022-01-24 오전 5:20:00

    수정 2022-01-24 오전 10:36:15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함지현 이후섭 기자] ‘제2벤처붐’이 불면서 벤처업계 투자가 최고조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 투자 역시 양극화하는 모습이다. ICT(정보통신기술)나 바이오 등은 투자 과열 상황이 벌어지는 반면 제조 벤처는 되레 뒷걸음질 치는 형국이다. 수도권 쏠림도 심해 지방 벤처들은 상대적인 투자 소외에 놓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벤처투자 6조 이상 사상 최고…돈 몰리는 벤처

23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는 6조원을 훌쩍 넘기면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누적 투자건수와 피투자기업 수 역시 역대 최다 실적을 기록했다. 벤처는 그야말로 ‘돈이 몰리는’ 시장이 된 셈이다.

중기부가 발표한 지난해 3분기 벤처투자 동향에서도 ICT서비스와 바이오·의료, 유통·서비스 등 3대 분야에 전체 투자액의 73%가 몰렸다. 3분기까지 투자액 5조 2593억원 중 약 3조 8000억원이 이들 분야에 집중했다.

실제로 퀵서비스 중개 플랫폼 디버는 창업 2년 만에 2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다. 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퀵서비스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주효했다. 고객이 퀵배송을 신청하면 거리나 평점과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배송 기사를 즉시 배정한다. 배송 기사에 대한 정보와 배송 알림, 도착 사진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장승래 대표는 “어렵지 않게 시리즈A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며 “현재 점유율이 0.1% 미만이지만 3년 내 1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콘텐츠 디자인 툴(도구)에 주력하는 엔닷라이트는 지난해 말 네이버와 카카오로부터 첫 동시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와 내년에 추가로 투자를 유치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박진영 엔닷라이트 대표는 “메타버스 분야가 주목을 받으면서 투자 문의 연락을 많이 받는다. 투자 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20억원을 쏠 수 있다는 VC(벤처캐피탈)도 있었다”고 말했다.

투자 과열 양상을 의식해 스스로 몸값을 낮추는 사례까지 나온다. 문구 플랫폼 ‘위버딩’을 운영하며 누적 8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신동환 누트컴퍼니 대표는 “투자를 제안한 VC가 목표보다 3배 많은 금액을 제안했다”며 “오히려 투자가 과열 양상을 보여 오히려 밸류(회사가치)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제조·지방 벤처 투자유치는 ‘강 건너 불구경’

그러나 모든 벤처가 이같은 활황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해 주목을 받지 못하는 업종이나 지방 벤처는 오히려 투자를 받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특히 벤처투자에 있어 제조업종이 등한시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 3분기 기준 전기·기계·장비와 화학·소재 업종에 투자된 자금 비중은 각각 7.3%, 3.0%에 머물렀다. 제조업 벤처 창업은 2017년 5만 8015개에서 2020년 4만 9928개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같은 기간 전체 벤처 창업이 125만 6267개에서 148만 4667개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지방 벤처 소외도 문제로 꼽힌다. 벤처기업의 수도권 비중은 지난 2018년 47.7%에서 지난해 55.4%로 늘어났다. 벤처기업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린 것에 더해 투자 전문 인력도 80%가량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창원에 본사를 둔 의료교육용 솔루션 업체 A사는 2015년 창립 이후 7년 동안 투자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간호대학 70곳, 의과대학 10곳에 제품을 공급하며 시장 점유율 6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도 갖췄다. 그러나 ‘의료교육’이라는 한정적인 분야로 인해 투자자들은 확장성에 의구심을 보였다. 특히 본사가 지방에 있다는 점이 투자유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A사 대표는 “지금까지 8~9회 투자 설명회는 물론, VC와 면담도 하고 대기업에 투자 요청서도 보냈지만 결국 투자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며 “체감상 벤처투자는 수도권에서 90% 이상 이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서 투자 설명회를 열지만 결국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결국 성장이 가능한 분야에 투자가 집중될 수밖에 없고, 인재 유치 측면에서 수도권에 몰리는 것 역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특히 지방에는 투자가 이뤄져도 좋은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정부가 지원을 할 때 지방에도 인재 유치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을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구 플랫폼 ‘위버딩’을 운영하는 누트컴퍼니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에서 운영하는 창업 지원공간 ‘프론트원’에 입주해 유니콘 도약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신동환 누트컴퍼니 대표(오른쪽에서 첫번째)가 직원들과 플랫폼 관련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제공=디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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