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포공항 이전' 황당 공약, 당선돼도 유권자 기만

선거 며칠 앞두고 '공항 이전' 초대형 국책사업 공약
민주당 내부에서도 엇박자…유권자는 투표 코앞 혼란
'당선되고 보자'…표에 눈멀어 선심성 공약 남발돼
  • 등록 2022-05-31 오전 5:00:00

    수정 2022-05-31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중국·일본 등 근거리 국가와 직통할 수 있는 김포국제공항은 강서구의 자산입니다”

지난 2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유튜브 ‘재명이네 소극장’에서 강서 발전 공약을 발표하며 한 말이다. 그랬던 그가 3개월 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되더니 김포공항을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소음 피해와 고도 제한으로 인한 개발 제한 피해가 막심하다며 돌연 애물단지 취급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후보가 30일 인천 계양구 계산4동 일대에서 유세차에 올라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 후보는 김포공항의 기능을 인천국제공항으로 통합하고 그 자리에 아파트 등 주택을 짓겠다는 구상이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손을 잡고 ‘수도권 서부 대개발’ 일환으로 발표했다. 서울시민은 인천공항이나 청주국제공항, 원주공항을 이용하면 된다고 했다. 제주행 관광객이 감소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KTX용 해저터널을 뚫어 대체할 수 있다’고 했다.

6·1 지방선거와 보궐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초대형 국책사업을 불쑥 꺼내 들자 정치권은 곧장 시끄러워졌다. 국민의힘은 시민들의 교통 편의와 해저터널에 대한 비용 및 건설 기간을 제대로 검토한 게 맞느냐며 정치 쟁점화에 나섰다. 당장 민주당 내부에서도 엇박자가 나왔다. 이재명 후보와 송영길 후보는 김포공항 폐항을 주장했는데, 오영훈 제주지사 후보는 “제주의 미래와 자주권은 이재명·송영길 후보에 있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는 성남 서울공항 기능을 김포공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후보들마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누구 말을 믿고 표를 줘야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 후보가 자신의 발언까지 뒤집으며 김포공항 이전을 주장하는 이유는 눈앞의 유불리 때문일 것이다. 애초 이 후보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넉넉한 당선을 예측했으나,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예상 밖 고전하고 있다. 그는 인천 계양과 연고가 전혀 없다는 비판에도 출마를 강행했다. 여기서 낙마한다면 그의 정치생명은 재기불능 수준의 타격을 입게 된다. 일단 당선되고 생각하자는 생각이 클 것이다. 표만 된다면 김포공항의 할아버지라도 이전해야 한다.

이 후보만이 아니다. 6·1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 출마한 수많은 후보들이 지하철을 연결하겠다, 기업을 유치하겠다, 다달이 수당과 지원금을 주겠다 등 선심성 퍼주기 공약을 내세운다. 공약(公約)이 아니라 공약(空約)이다. 이런 식으로 당선된다 하더라도 유권자 기만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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