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블로그] 이진영의 2루타와 두산의 전진수비

  • 등록 2010-07-13 오전 8:51:53

    수정 2010-07-13 오전 8:51:53

▲ 이진영 [사진제공=LG트윈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주목 이 장면 – 9일 잠실 LG-두산전 8회말 2사 2,3루 이진영 타석

두산은 쫓기고 있었다. 7-3으로 앞서 있던 경기. 그러나 후반들어 LG의 거센 추격이 시작됐다. 7회말 믿었던 고창성이 대타 이병규(24번)에게 스리런 홈런을 허용해 1점차. 이어 8회에도 2사 2,3루 위기를 맞았다.

마운드엔 정재훈이 서 있었고 타석엔 이진영이 들어섰다. 볼 카운트 2-3. 정재훈은 장기인 포크볼을 던졌다. 이때 이진영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아나왔다. 결과는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 주자가 모두 홈을 밟으며 경기는 결국 7-8로 뒤집히고 말았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좌익수 김현수와 중견수 정수빈의 수비 위치였다. 그들은 상당히 앞쪽으로 나와 서 있었다.

이진영은 거포는 아니지만 중장거리포를 지닌 타자다. 2루 주자 정성훈은 그리 발이 그리 느린 스타일이 아니다. 2루 주자를 잡기 위해 꼭 전진수비를 해야 했던 것일까.

두산은 8개팀 중 수비 시프트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이다. 성공률 역시 매우 높다. 반대로 가끔씩 잡을 수 있는 듯 느껴지는 타구가 안타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날도 그랬다. 이진영이 매우 잘 친 타구였지만 두산의, 특히 정수빈의 수비 범위를 감안하면 잡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전진수비를 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두산의 수비 위치를 전체적으로 총괄하고 있는 김광수 수석코치에게 같은 의문을 전했다. 김 수석은 그 이유를 차분하게 설명해 줬다.

이유는 좀 더 깊은 곳을 향해 있었다. 우선 정재훈의 장기가 포크볼이란 점이었다. 포크볼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공이다. 특히 이진영을 상대로는 스트라이크존에서 볼로 떨어지는 공을 던질 타이밍이었다.

1루가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맘 먹고 꽂아 넣은 몸쪽 직구가 볼이 되며 볼 카운트가 2-3까지 몰린 상황. 정면 승부 보다는 유인구를 던질 타이밍이었다. 속으면 좋고 안 속으면 루를 채우는 만루 작전.

전진 수비는 만에 하나 이진영이 이 공을 때려냈을 때에 대한 대비였다. 상식적으로 밑으로 빠르고 각 크게 떨어지는 공을 공략하면 땅볼이 많이 나오게 된다. 이진영 처럼 레벨 스윙을 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잘 맞히더라도 땅볼로 외야까지 굴러올 가능성이 높았다.

이진영은 간혹 왼손을 놓고 던지 듯 공을 살짝 맞혀 안타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더욱 전진 수비가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이진영의 배팅은 이런 모든, 또 매우 확률 높은 가능성을 모두 빗겨갔다. 중심을 끝까지 남겨둔 채 힘을 실어 타구를 날려버렸다. 그 결과 좌익수와 중견수 모두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공이 날아갔다.

김 수석은 그러나 시프트에 대한 믿음을 바꾸지 않았다. “수비 시프트는 상대의 성향과 우리의 상황을 모두 종합해 내리는 승부수다. 간혹 실패가 나왔다해서 흔들리게 되면 이도 저도 안된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늘 강조한다. 실수를 줄이려 노력해야 하지만 한번 실수가 나왔다고 위축돼선 안된다고. 9일 경기도 그랬다. 결국 그 상황에서 승부를 놓치게 됐지만 가슴에 담아두지 말고 더 노력하자고 말했다. 패배는 아팠지만 그 상황 뿐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묘하게 LG쪽으로 향한 경기였다.”

두산의 강력한 시프트는 그들을 단단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힘이다. 적장인 김성근 SK 감독은 “두산의 시프트는 상대를 압박하는 힘이 있다. 그 경기서는 패인이 됐지만 그 한순간 만으로 경기를 내준 것은 아니다. 반대로 시프트 성공으로 거둔 승리가 많지 않은가”라고 높게 평가했다.

두산 수비수들이 서 있는 위치를 한번쯤 유심히 살펴보자. 그들이 갖고 있는 힘의 일부분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재료다.

◆ 17주차 프리뷰

SK – 대진운이 제법 좋은 한주를 맞는다. 지난주(2승3패)로 주춤했던 것을 만회할 수 있는 찬스다. 그러나 SK 성적은 상대팀의 전력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 SK가 SK야구를 해낸다면 대진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팀이다. 마운드는 어떻게든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집중력이 흐트러진 타선이 얼마나 빨리 정상 궤도를 찾느냐가 중요하다.

상대팀 : 한화(문학) KIA(군산)

삼성 – 삼성의 상승세가 매섭다. 젊어진 삼성의 푸른피는 그 어떤 붉은피 보다 더 선명하고 강렬하게 끓어오르고 있다. 주초 두산 3연전은 그들에게 또 한번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겁없이 달려오던 젊은 사자들이 조금씩 욕심과 긴장감을 느끼게 될 시기. 꼭 이겨야 하는 상대와 대결은 필요 이상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의 젊은 선수들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 처럼 거침없이 내달릴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보자.

상대팀 : 두산(대구) LG(대구)

두산 – 두산이 중요한 승부처를 맞게 됐다. 2위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삼성, 폭발적인 공격력의 롯데를 잇달아 상대해야 한다. 1위 도약이 힘겨운 상황에서 2위까지 빼앗긴 두산이다. 상실감이 들 수 밖에 없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어려운 상대를 맞았지만 반대로 이 고비를 잘 이겨내면 다시 상승곡선을 그릴 수도 있다. 11일 히메네스가 그랬던 것 처럼 선발 투수들이 잘 버텨주는 것이 첫 단추다.

상대팀 : 삼성(대구) 롯데(잠실)

롯데 – 롯데는 뭔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 LG와 KIA는 여전히 4강을 가시권에 두고 있다. 물론 그 타겟은 롯데다. 롯데가 지닌 약점 보다는 확실한 장점을 더욱 도드라지게 보여줘야 할 때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김주찬과 전준우의 방망이가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홍-대-갈 트리오가 아니더라도 힘이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기 때문이다. 중심타선을 넘겨도 맘을 놓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면 롯데는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다.

상대팀 : 넥센(목동) 두산(잠실)

LG – 타선이 제법 힘을 내고 순위 싸움도 제법 버텨내고 있다. 그러면 그럴수록 투수력에 대한 아쉬움이 커진다. 박명환은 11일 2군으로 내려갔고 더마트레는 여전히 확실한 믿음과는 거리가 있다. 이기는 날과 지는 날 모두 볼 수 있는 같은 불펜진은 여름 승부가 걱정이다. 다만 이범준 한희 강철민 등 새로 가세할 수 있는 전력이 있다는 건 기대해볼 만한 대목이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희망은 아름다운 것이다.

상대팀 : KIA(잠실) 삼성(대구)

KIA – 최하위 한화를 상대로 연패도 끊고 대승도 거둬봤다. 이제 KIA가 가진 실력만도 못한 경기를 하며 스스로 무너질 걱정은 잠시 덜어둘 수 있게 됐다. 이젠 해줘야 할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 이용규 나지완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지난해 KIA는 안정적 세대교체를 이뤘다는 평가를 들었다. 새롭게 팀의 중심이 된 선수들이 그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줘야 할 때다. 이제 KIA는 그들이 중심인 팀이다.

상대팀 : LG(잠실) SK(군산)

넥센 – 11일 목동 넥센전은 또 한명의 묵은 유망주가 자신의 잠재력을 보여준 경기였다. 선발 김성태는 6.1이닝을 볼넷 없이 4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그러나 경기는 1-2로 패배. 좋은 자원은 많지만 정작 주력이 될 선수가 부족한 팀의 한계다. 언제까지 넥센은 참 매력적인 팀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걸까.

상대팀 : 롯데(목동) 한화(대전)

한화 – 미안한 이야기지만… 궁금한 것이 한가지 있다. 류현진이 언제 나올까.

상대팀 : SK(한화) 넥센(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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