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일랜드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으로 일어나고 있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을 고려할 때 결국 아일랜드가 결국 외부에 손을 벌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5일(현지시간)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은 아일랜드가 자존심을 버리고 구제금융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문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유동성을 투입해야 유로존 전체로 위기가 번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아일랜드는 이같은 압박에 계속해서 저항하고 있다. 구제금융을 받으면 해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국민들로부터 정부가 비난을 받게 되며, 국가 재정 문제에 외부의 간섭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아일랜드는 2011년 중반까지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채권 만기가 임박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유동성 위기설을 부인하고 있다.
빅토르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는 아일랜드와의 구제금융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아일랜드와 EU 기관들 간에 대화가 있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공식 지원 요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아일랜드가 대형 은행들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구제금융을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토프 웨일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아일랜드가 조만간 외부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아일랜드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고, 이는 정부가 자체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일랜드의 5개 은행들의 주가를 반영하는 ISEQ금융지수는 지난 2007년 2월 고점 대비 98% 하락한 상태다. 뱅크오브아일랜드와 얼라이드아이리쉬는 지수의 80%를 차지한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주말 동안 아일랜드 내부의 분위기는 다소 달라졌다.
더모트 에이헌 아일랜드 법무장관은 14일 현지 라디오 RTE와의 인터뷰에서 "외부 지원을 받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재무부는 정부가 EU와 `시장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신문 아이리쉬인디펜던트는 정부가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구제금융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아일랜드는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구제금융 필요성을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