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세계최초 상용화가 4월5일→4월3일로 바뀐 사연

①버라이즌보다 늦을 순 없다
②통신 업계 상호 불신이 4월 3일 밤 11시 결정에 영향
4월 3일은 상징적인 것..일반인 판매는 4월5일에야 가능
누구를 위한 세계 최초인가..5G 산업 생태계에 관심 가져야
  • 등록 2019-04-04 오전 1:07:49

    수정 2019-04-04 오후 2:45:0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정부와 삼성전자, 이동통신 3사가 합의해 5G 세계 최초 상용화 일정을 4월5일에서 4월3일로 이틀 앞당겼습니다.

3일 밤 11시 통신 3사의 ‘5G 1호 가입자’가 탄생한 것이죠. 이들은 모두 세계 최초 5G 가입자로 기록됩니다. 3일 오전까지만 해도, 4월 5일을 ‘대한민국 5G 세계 최초 상용화’ 날짜로 못박았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글로벌 통신의 역사가 바뀐 셈입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①미국 1위 이동통신회사인 버라이즌이 4월4일 상용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데다 ②이동통신 3사의 치열한 경쟁 구조때문입니다.

①버라이즌보다 늦을 순 없다

3일 오후 청와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삼성전자, 이동통신 3사 등이 참석한 긴급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버라이즌이 4월 11일이 아닌 4월4일 미국에서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2년 전부터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겠다고 별러 온 우리나라로선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죠. 버라이즌이 4월4일 스마트폰 기반의 5G를 상용화한다면, 4월 5일을 ‘D-day’로 생각했던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타이틀을 뺏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G 조기 상용화를 언급한 뒤, 미국 대사관 등이 우리나라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합니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13시간 늦어 버라이즌이 4월4일로 치고 나올지는 4월4일이 돼야 알 수 있지만, 단말기(갤럭시S10 5G)와 통신망, 요금제가 준비된 만큼 안정적으로 먼저 상용화하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②통신 업계 상호 불신이 4월 3일 밤 11시에 영향

왜 4월4일이 아닌 4월3일 밤 11시가 됐을까요.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13시간 정도 빨라 4월4일 오전에 한다면 미국 버라이즌보다 앞서는데 말이죠. 회의에서도 4월 3일 오후부터 4월4일 어느 시간으로 정할지는 논란이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언론의 관심이 크니 4월4일 오전으로 하자는 의견, 그래도 불안하니 4월4일 00시로 하자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간 거죠.

4월4일 오전으로 해도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13시간 빨라 세계 최초 타이틀은 유지할 수 있지만 다른 걱정이 생겼다고 합니다. 과기정통부가 약관에 기재하는 것은 날짜만이어서 같은 4월4일이라도 통신 3사 중 어느 회사 한 곳이 4월4일 00시 개통했다며 ‘우리가 세계 최초 5G 1호 가입자를 냈다’고 과장 홍보할 가능성이 제기된 겁니다.

결국 이날 회의에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4월3일 밤 11시에 통신 3사가 일제히 예약 고객(또는 홍보대사 등)을 1호 가입자로 개통하고, 다음날인 4월4일 오전 8시쯤 언론에 알리기로 정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4월 3일은 상징적인 것..일반인 판매는 4월5일에야 가능

통신 3사는 4월 3일 밤 11시 일제히 ‘세계 최초 5G 1호 가입자’를 개통했지만, 일반인 대상의 갤럭시S10 5G 판매와 서비스개통은 4월5일부터 이뤄집니다.

삼성 단말기의 소프트웨어 중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부분이 있고(1호 가입자는 수동으로 처리),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상 지원금 공시도 이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를 위한 세계 최초인가..5G 산업 생태계에 관심 가져야

하지만 이 같은 첩보전 수준의 일정 조정이 남긴 뒷맛은 개운하지만은 않습니다. 버라이즌을 경계하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통신 업계의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모토로라의 5G 업그레이드 가능한 스마트폰 ‘모토 Z3’(사진=모토로라)
사실 버라이즌이 상용화한다는 5G는 단말기는 반쪽짜리이고 커버리지도 우리나라보다 좁습니다.

버라이즌이 상용화하는 단말기는 ‘모토Z3+모토 5G모드’로 LTE 단말기에 5G 모뎀을 추가한 방식입니다. 갤럭시S10 5G처럼 국제표준화단체(3GPP)가 정한 5G 글로벌 표준 모뎀칩을 담은 최종 제품이 아니죠.

커버리지 역시 미국 버라이즌은 시카고와 미니애폴리스 등 2개 도시인 반면, 국내 통신사인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3만 개 정도 기지국을 깔아 서울과 수도권, 웬만한 광역시까지 커버합니다.

게다가 요금도 우리나라보다 턱없이 비쌉니다. 버라이즌이 발표한 5G 요금제는 105달러(약13만1000원)에 월 75GB 데이터를 제공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150GB의 데이터를 월7만5000원에 주거나 데이터 무제한을 월8만원에 주는 것보다 많이 비싸죠.

그럼에도 유례없는 불황 속에서 5G 상용화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지 않다는 점에 비췄을 때, ‘야밤 개통’까지 했어야 했는지는 의문입니다.

5G가 아무리 마니아를 위한 신상품이라고 해도, 139만 7000원이나 하는 삼성 갤럭시S10 5G(256GB) 단말기와 AR·VR을 보는데 필요한 월 150GB 이상의 데이터를 쓰려면 월 7만 5000원이상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 현실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잘 와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2019년 4월 3일 대한민국 5G 세계 최초 상용화’가 정부와 몇몇 대기업들의 홍보 잔치로 오해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부와 대기업들은 국내 5G 산업 생태계 구축에 더 많은 열정을 보여줘야 합니다.

5G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되는 비상장 스타트업)이 늘어나도록 정책적 지원과 협업에 신경써야 합니다.

5G에 기반한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로 제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도록 규제를 혁파하고 핵심기술 개발에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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