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한진그룹 조원태 총수 체제서 주목받는 석태수 부회장

故조양호 회장 복심
경영권 승계·방어 키맨 부상
  • 등록 2019-05-20 오전 5:00:00

    수정 2019-05-20 오전 11:15:40

3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석태수 대표가 주주총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고(故) 조양호 회장이 일생을 바쳤던 하늘로 돌아가던 날.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장에서 마지막 배웅을 마치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치는 이가 있었다. 장례위원장을 맡았던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64) 겸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이었다. 그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5일의 장례기간 동안 고생한 한진그룹 임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고생했다”고 격려하고는 운구차량의 뒤를 따랐다. 이날 영결식에서 석 부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황망하고 비통하다”며 “회장님께서 추구해 오신 그 숭고한 뜻을 한진그룹 모든 임직원이 이어나갈 것”이라고 ‘한진맨’으로서의 다짐을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을 앞두고 논란을 빚은 한진에 대한 그룹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재계의 시선이 한진그룹 ‘넘버2’인 석 부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오너 일가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뼛속까지 한진맨’인 석 부회장을 비롯한 가신그룹이 앞으로 어떤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진은 조원태 회장이 정부가 공인한 ‘총수(동일인)’에 올랐지만, 그룹 내 속사정은 복잡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로 총수는 일단 조 회장으로 정해졌지만, 조양호 회장이 급작스럽게 떠나면서 생긴 빈자리는 그 어느 때보다 커 보인다. 최근 총수 지정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던 것도 내부적으로 승계구도가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비친다.

한진은 조 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회장직에 올랐다고 밝혔지만, 그룹의 미래 비전과 회장으로서의 포부를 제시하는 취임사나 취임식 등은 모두 생략했다. 취임한 지 한 달 가까이 됐지만, 조 회장의 색깔과 미래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정기 임원인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진은 통상적으로 1월에 그룹 차원에서 임원인사를 단행한 다음에 직원인사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지난달 직원인사만 먼저 했다. 한진 관계자는 “임원인사 시기는 정해진 게 없다”며 “조양호 회장의 49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중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발인식이 엄수된 4월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고인의 영정을 들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원태 號 방향키 쥔 인물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

석 부회장이 한진 안에서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왜 그의 역할론이 주목받는지 짐작이 간다. 석 부회장은 한진에서 ‘샐러리맨의 신화’로 평가받는다. 1984년 대한항공 평사원으로 입사해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대표이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지난 3월 행동주의 펀드인 KCGI와 경영권 다툼이 벌어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재선임 되면서 경영권 강화라는 중책을 맡았다. ㈜한진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한진에서만 12년째 CEO로 일하고 있다.

석 부회장은 대한항공 경영 기획실에서 팀장과 실장, 대한항공의 핵심노선인 미주지역을 총괄하는 본부장 등 요직을 역임해 실무와 전략에 모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입사 24년 만인 2008년엔 조양호 회장과 함께 ㈜한진 공동 대표이사를 맡으며 초고속 승진했고, 2013년 한진해운 대표이사도 지내 육·해·공 물류 전반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그룹의 창립이념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의 DNA를 누구보다 치열하게 체화한 인물이다.

석 부회장은 작년 4월부터 대한항공 부회장도 맡고 있다. ‘물컵 갑질’ 파문이 일어난 뒤 소방수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으며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한진그룹 내 전문경영인 중에서 부회장 직함을 단 인물은 석 부회장이 유일하다. 당시 대한항공은 “석 부회장을 대한항공 부회장으로 임명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고 조양호 회장 장례식 후 석 부회장의 행보는 치밀하고 빠르다는 평을 받는다. 자신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한진칼 주총을 열어 조원태 회장을 한진칼 회장에 선임했고, 공정위 동일인 지정 과정에서도 실무적인 부분을 총괄했다. “반대 목소리도 있다”는 얘기도 전해졌지만 큰 무리 없이 처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석 부회장은 공정위 동일인 지정 이슈가 한창일 무렵 자신의 이름으로 공정위에 “기존 동일인인 조양호 회장의 작고 후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 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지정을 연기시키기도 했다.

석 부회장의 행보는 더 주목받을 전망이다. 특히 한진그룹을 조 회장 체제로 빨리 연착륙시키고, 이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상속 등의 이슈를 실무적으로 최대한 원만하게 처리할 인물로 그만한 사람이 없다는 평가다. 조 회장이나 한진그룹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가족과의 상속 문제를 말끔하게 풀어야 한다. 2000억원대 규모로 추산되는 상속세 납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KCGI의 움직임도 변수다. 자칫 위 3가지 변수 중 어느 것 하나만이라도 삐걱거리게 되면 경영권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석 부회장이 외부변수인 KCGI와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 안정을 위해 KCGI에 대화를 시도하며 백기사(우호 세력)로 나서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항공 관계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지금 한진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경영권 안정과 조 회장 체제의 조기안착이다. 석 부회장이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3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석태수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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