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붓으로 '빚은' 도자의 생애…고영훈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2021년 작
극사실주의 묘사로 실재와 환영까지 심어
2차원 평면에 3차원 공간감, 4차원 시간성
20년 넘긴 '도자의 재현' 경지에 끌어올려
  • 등록 2021-05-06 오전 3:20:00

    수정 2021-05-06 오전 3:20:00

고영훈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사진=가나아트)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공중에 떠 있는 상처 많은 달항아리. 하나가 실재인 건 알겠는데 나머지 둘은 확실치 않다. 그림자라기엔 선명하고 복제라기엔 흐리다. 마치 순차적으로 사라지는 생명을 붙들어둔 것 같기도 하다.

작가 고영훈(69)이 붓으로 빚은 ‘도자기의 생애’라고 할까. 작가가 극사실주의 화풍을 고수한 건 반세기에 가깝다. 추상화가 유행이던 1970년대 중반부터였다. 군화니 청바지니 코카콜라니 하는 사물을 실감나게 그렸더랬다. 똑같이 옮기는 데 목적을 둔 건 아니다.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거다. 대중소비의 지표, 노동자의 상징 등을 연상케 하는 장치였던 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전환기를 맞았다. 사실적으로 그려도 실재는 될 수 없다는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라’란 전제를 반박한 건데. 묘사로 존재감을 심어내는 ‘이것은 돌이다’란 명제를 주장하고 나온 거다. 그때부터였나. 환영과 실재 모두를 작업에 들인 것이.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2021)은 어느덧 20년을 넘긴 도자의 재현을 경지에 올린 작품이다.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공간감, 4차원의 시간성까지 구현했다니.

9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가나아트 나인원, 대사관로 가나아트 사운즈서 동시에 여는 개인전 ‘관조’(Contemplation)에서 볼 수 있다. 석고·캔버스에 아크릴. 132.5×185㎝. 작가 소장. 가나아트 제공.

작가 고영훈이 회화작품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2021) 앞에 섰다. 압도하는 그림의 규모를 가늠케 한다. 작가는 ‘극사실적 묘사는 환영의 극한에 다다르는 수단’이라며 “먼 옛날 도공이 자신만의 도자기를 빚었듯 지금 나도 나만의 도자기를 붓으로 빚어낸다”고 했다(사진=가나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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