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보석 감정사의 계약결혼?…리디 ‘까마귀 공작 부인’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주요 포털 웹툰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그림=리디

리디 ‘까마귀 공작 부인’

최근 연재되는 웹툰들을 보면 다양한 소재들을 사용해 눈길을 끈다. 과거 종이만화 시대의 경우 많은 독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주제와 배경들이 사용됐다면, 웹툰은 이를 초월해 생각치 못한 소재들이 튀어나온다. 예전에 일본 만화의 소재 다양성을 부러워했었지만, 최근 K웹툰을 보면 그것도 옛말이 됐다. 액션, 로맨스, 스릴러 등 큰 장르적인 틀은 비슷하지만 작품을 이끌어 가는 소재와 배경은 나날이 다양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리디가 연재 중인 ‘까마귀 공작 부인’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만 봐서는 단순한 로맨스물로 보인다. 로맨스물은 맞지만 이 작품의 배경과 소재는 ‘보석’에 집중됐다. 그간 많이 접하지 못했던 보석 감정사라는 직업을 들고 나와 독자들에게 참신함을 안겨준다. 웹툰을 보면서 보석의 종류와 가공 방법, 가치 등을 부수적으로 배울 수 있어 흥미를 돋운다.

배경은 가상의 국가인 아나벨 왕국이다. 이 왕국내 최고의 보석 감정사 멜리사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몰락한 공작가문의 영애이자 노처녀라는 이유로 사교계의 ‘씹기 쉬운 뼈다귀’ 로 통한다. 성인이 된 이후 지겹게 결혼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녀는 무엇보다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보석을 사랑한다. 그런 멜리사에게 왕국의 제2왕위 계승권자 루이스 공작이 찾아와 왕실 보물전에서 보석을 바꿔치기 해주는 의뢰를 조건으로 2년간의 계약 결혼을 요구한다.

제안을 수락한다면 공작 부인으로서 막대한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지만, 멜리사는 자신의 보석가게에 애착을 보이며 결국 거절한다. 하지만 협상에 능한 루이스 공작은 윈터펠드 공작가의 비밀을 멜리사에게 털어놓고 멜리사를 공범으로 만든다. 계약 결혼과 동시에 왕실 보물전을 둘러싼 암투가 시작되면서 멜리사는 루이스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가마귀 공작 부인’은 전형적인 로맨스물의 남녀 주인공 역할이 다소 바뀐 형태다. 여주인공인 멜리사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남주인공 루이스 공작은 이를 측면 지원한다. 작품내 멜리사는 능동적인 현대 여성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렇다고 로랜스물의 정형적인 법칙을 거스르진 않는다. 보석과 관련된 사건들이 이어지지만, 결국 남녀 주인공 두 사람이 서로에게 빠지는 전형적인 흐름을 이어간다. 작화 역시 순정풍으로 전반적인 극의 분위기와 잘 녹아든다.

한편, 웹툰 ‘까마귀 공작 부인’은 지난해‘리디 웹툰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자회사 오렌지디의 프로듀싱을 통해 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