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고서 붙여 채웠소 당신의 일상…권인경 '변곡점 1'

2021년 작
오래된 책 잘라 화면 곳곳 입히고 붙여
"누군가의 일상·삶·시간 더해주고 싶어"
한지에 먹·아크릴물감 공존시킨 기법도
  • 등록 2021-11-19 오전 3:00:02

    수정 2021-11-19 오전 7:34:13

권인경 ‘변곡점 1’(사진=도로시살롱)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화분에 꽂히듯 삐죽이 키를 키운 화초. 축축 늘어진 잎들이 치열하게 살아낸 여정을 드러낸다. 그래선가 색까지 처연한가. 푸른 생기보단 지친 갈색으로. 그런데 그 틈새 문득 색다른 ‘문양’이 보인다. 낡은 종이에 찍힌 듯한 문자들이 얼룩을 만들고 있다.

작가 권인경(42)은 도시풍경을 그린다. 하늘까지 뚫을 기세인 고층건물, 땅에 붙은 키 작은 옛집 사이로 해와 달을 매달고 산과 강을 흘린다. ‘변곡점 1’(2021)이란 작품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도시를 보지 않았다면, 나무를 혹은 숲을 그렸을 테니. 일반적인 동양화를 넘어선, 한지에 먹과 아크릴물감을 공존시킨 기법도 독특하다. 덕분에 작가의 작품에선 세련된 외현보다 투박한 내면이 먼저 보인다.

여기에 장치가 한 가지 더 있다. 고서 콜라주다. 오래된 책을 잘라내 화면 곳곳에 입히고 붙이는 작업을 하는 거다. 굳이 왜? “누군가의 일상을, 삶의 이야기를, 보낸 시간을 더해주고 싶어서”란다. 향을 입히고 소리를 들이고 사연을 얹어야 진짜 우리 풍경이 된다고.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도로시살롱서 여는 개인전 ‘넘어진 자리’(Sigmoid Curve)에서 볼 수 있다. “넘어진 그때 새로운 길이 발견되는 순간, 변곡점을 포착했다”고 했다. 한지에 고서콜라주·수묵·아크릴물감. 73×141.1㎝. 작가 소장. 도로시살롱 제공.

권인경 ‘넘어진 자리 1’(2021), 한지에 고서콜라주, 수묵·아크릴물감, 136×176㎝(사진=도로시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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