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방어 급한데…원低 부추기는 국민연금

환율 급등 막으려 ‘외환보유액’ 축나는데…
국민연금, 해외 투자한다며 달러 환전 늘려
1300원대 환율에도 헤지 안하면 ‘손실’ 우려
  • 등록 2022-08-10 오전 4:30:01

    수정 2022-08-10 오전 4:30:01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해외투자에 있어 ‘환오픈’(환헤지없이 환율 변동성에 자산을 그대로 노출) 전략을 유지하는 국민연금 때문에 외환당국의 심기가 불편해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맞물려 달러가치가 20년래 최고로 치닫자 당국은 강(强)달러에 대응해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역(逆)환율 전쟁’을 벌이고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국민연금은 가격이 떨어진 해외 주식·채권을 사들여야 한다며 계속 달러를 환전해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지난 5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국민연금이 해외투자에 필요한 외화를 주로 현물환으로 매수하면서 환율의 구조적 절하 압력으로 외환 유출과 환율 절하가 서로 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의견을 냈다.

국민연금은 규정상 해외자산 규모의 5% 범위에서 전략적으로 환헤지를 할 수 있다. 2015년말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위원회를 통해 해외투자 자산 확대로 헤지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환헤지 비율을 0%로 변경하되, 해외자산의 5% 내에선 헤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환헤지에 소극적으로 일관해왔다. 겉으론 환헤지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2018년 환율 하락을 기대하고 2000억원 가량을 헤지했다가 102억원 가량의 대규모 손실을 본 경험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0년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당시 이같은 사실을 기금위원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후 매달 열린 투자위원회에는 환율의 중장기적 방향성 판단이 어렵다며 헤지 전략을 조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석 달 넘게 공석이어서 국민연금이 복지부동(伏地不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과 올 상반기까지는 국민연금의 환오픈 전략이 수익률 방어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환율이 1300원대를 넘어가는 상황에서는 환햇지 없이는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미 국민연금은 올 들어 5월까지 누적 수익률 -4.73%를 기록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환율이 1400원, 1500원 오른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2025년까지 연금 전체 자산의 55%를 해외자산에 투자키로 해 향후 3년간 1000억달러의 해외 투자가 신규 집행될 것이란 점이다. 1000억달러 규모의 해외 투자가 나갈 때마다 연금이 외환시장에서 환전을 한다면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환전 외에 다른 방식으로 외화를 조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투자를 할 때 환오픈을 시켜 환차익을 추구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외환시장의 향방은 전문가들도 종잡을 수 없어 무역·투자시 환헤지를 하는 것이 기본인데 국민연금 내 일부 전문가들이 환율을 예단해 상황에 맞지 않는 환오픈 전략만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AFP)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