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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한국서 웨이터와 철학책 대화 큰 감동"

'세계전략포럼 2013' 참석차 방한…12일 티미팅
"한국 경제민주화 논의, 성숙한 민주주의 방증"
"갑을 논쟁, 정부도 책임 있다"
  • 등록 2013-06-13 오전 6:30:00

    수정 2013-06-13 오후 3:59:16

이데일리와 이데일리TV가 주최한 ‘세계전략포럼 2013’에 참석차 방한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의, 공정성, 시장의 역할 등에 대한 공론화는 건강한 토론”이라며 “한국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바로 어젯밤 일이다. ‘세계전략포럼 2013’ 첫날 기조연설이 끝난 뒤 만찬이 열린 자리였다. 세계 정치·경제·학계를 대표하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던 건 큰 영광이었다. 하지만 내게 더욱 의미있는 일은 그 다음이었다. 음식을 서빙하던 웨이터가 ‘내 책을 읽고 매우 좋았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정말 감동적이었다. 한국사회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철학책을 읽고 또 반응을 보인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인문서 ‘정의란 무엇인가’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저자 마이클 샌델(60) 하버드대 교수는 12일 ‘세계전략포럼 2013’이 열린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저서와 관련해 “한국사회에서 일고 있는 폭발적인 반응이 놀랍다”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이데일리와 이데일리TV가 주최하는 올해 포럼에 참석차 방한했다.

이날 티미팅 형식의 모임을 가진 샌델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정의와 공공선, 시장의 도덕적 한계 등이 공론화되고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특히 한국의 경제민주화 이슈에 대해 “계속 지켜보며 배우고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한 경제,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은 절대적”이라며 이렇게 될 때에야 “동네 구멍가게까지 생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경제민주화가 비단 한국만의 문제인가. 샌델 교수는 “빈부격차는 지난 30년 사이 확대된 거의 모든 사회의 문제”라며 “청년실업, 노인을 위해 양질의 퇴직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 등도 이미 전 국가적인 이슈”라고 진단했다. 다만 경제민주화가 한국에서 중요한 사안이 된 점은 주목된다고 봤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에서 대기업의 역할이 그동안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대기업에 의한 고도성장을 했기 때문에 이제 정의와 가치, 시장과 공정성에 관심을 갖게 된 거란 설명이다. 더불어 이 과정이 “한국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고 있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갑을 논쟁’에 대한 해법도 제시했다. 샌델 교수는 갑을 논쟁에는 기업의 책임과 정부의 책임이 동시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부 경제학자들은 기업의 유일한 책임을 주주가치 극대화로 말하지만 이는 기업의 책임을 너무 제한적으로 보는 시각”이라고 전제한 뒤 “기업은 주주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협력업체와 지역사회에도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가치를 지역사회 미션과 문화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이어 정부 역할에 대해선 “규제를 통해 중소기업과 소비자를 대기업의 힘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불거지는 논의들이 20세기 초 미국경제가 산업화 됐을 시기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이목을 끌었다. 샌델 교수는 “당시 철도·석유회사가 미국경제를 이끄는 대기업이었다”며 “이들 대기업들이 소비자와 공급자를 압박할 수 있는 위협이 되자 ‘경쟁 자체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논란과 함께 민주주의 자체와 그 책무를 위협할 수 있겠다는 우려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것이 결국 “어떻게 하면 균형을 유지하고 경쟁을 찾을 것인가를 논의하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때 입법화된 것이 반독점 관련법이다. 대형슈퍼마켓 체인으로부터 동네가게를 보호하는 법, 근로시간·최저임금이 정해지고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기관도 이때 설치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20세기 초 미국이 글로벌 경제대국으로 만들어질 때 나왔던 이슈들이 고스란히 현재 한국에서 나오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샌델 교수는 2010년 출판된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가 100만부 이상 팔리면서 한국사회에 ‘정의’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와이즈베리)을 출판하며 시장이 밀어낸 도덕성의 문제를 본격화시키기도 했다. 다음 책의 구상을 묻는 질문에 대해 그는 “어떤 이슈에 따라선 국가마다 다른 생각을 갖게 되는데 그 현상에 대해 한번 쓰고 싶다”고 밝혔다.

문답 내내 한국에서 공론화되고 있는 이슈와 토론이 ‘인상적’이라고 반복해서 말해온 샌델 교수가 그 예를 한 가지 들었다. “한국 아산정책연구원과 함께 한국·미국의 사회정의 여론을 비교하는 조사를 한 적이 있다. ‘당신이 사는 사회가 공정합니까’를 물었다. 대부분 한국인은 ‘공정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반면 많은 미국인은 ‘공정하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 결과를 놓고 한국사회가 불공정하다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내가 내린 해석은 ‘한국은 불공정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됐구나’였다. 한국사회에서 지금 이뤄지는 시장의 한계, 도덕성,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토의들이 불편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주제에 대한 논의야말로 정말 건강한 토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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