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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지 않을 거란 생각 속에 배우 박해일과 신민아는 반가운 조합이었다. 영화 ‘경주’로 만난 두 사람에 대한 기대는 처음부터 높았다. 그래서인지 실망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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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7년전 경주의 한 찻집에서 우연히 춘화라는 그림을 본 최현(박해일 분)이 그 기억에 대한 강한 인상으로 또 한번의 짧은 여정을 떠난 1박2일을 따라가는 영화다. 다시 찾은 찻집에서 주인 공윤희(신민아 분)를 만난다. 우연인듯 의도한 만남이 연속적으로 전개된다.
최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경주’는 대중과 소통하기엔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청순함으로도 활력을 주는 신민아이고, 담백함으로도 오감을 만족시키는 박해일이다. 이 두 사람이 차를 마시고, 술을 마시고, 함께 걷고, 눈을 맞추고, 귀를 만지고, 하룻밤 같은 공간에 머무는데도, 별다른 화학작용이 없다. 개봉에 앞서 화제를 모았던 ‘귀 한번 만져봐도 돼요?’라는 대사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라면 먹고 갈래요?’와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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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코미디 멜로 장르로 설명되고 있다. 그 장르가 구현되는 중심소재는 ‘박해일과 신민아, 경주에서의 묘한 기류가 흐르는 1박2일’로 집약돼 있다. 우려가 앞서는 생각일 수 있지만 이런 정보에 끌려 ‘경주’를 보게 된다면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질 확률이 더 크다.
‘경주’는 코미디 멜로라 주장할 수 있어도 공감을 얻긴 힘들다. 일반적으로 멜로라고 하면 떠오르는 남녀의 애정기류가 드러나 있지 않다. 코미디라면 떠오르는 ‘빵빵’ 터지는 웃음도, 누가 콕 집어 ‘이 부분이야!’라고 알려주는 정확한 웃음 포인트도 없다. 관객의 상상력과 취향이 중요한, 어떠한 케미스트리도 강요하지 않는 예술 영화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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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인 것 같지만 멜로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극중 최현과 공윤희가 공유하는 둘의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딱히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다. 때문에 이 영화를 한국판 ‘비포선라이즈’, ‘미드나잇 인 파리’ 등과 엮는 건 무리수로 보인다.
영화를 보면 최현이 가진 아픔과 현실, 공윤희가 극복한 슬픔과 여전히 남아있는 애잔함의 이유가 드러난다. 이 부분에 있어서 최현과 공윤희는 비슷한 접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궁극적인 교류가 없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섞이지 않은 탓에 남녀 사이의 케미스트리에도 기대할 부분이 적다.
‘경주’는 오히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인생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그렇게 캐릭터에 몰입하는데 성공한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최현과 공윤희의 1박2일을 해석하는 것 또한 다를 수 있다. ‘경주’가 말하려는 대단한 속내와 감동이 밀려오는 여운은 없겠지만, 최현이 왜 춘화를 다시 보고 싶어했는지, 공윤희가 궁금해했던 또 다른 그림의 의미는 무엇인지, 관객이 생각할 포인트를 제시한다는 점이 ‘경주’의 관전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