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마지막 레이스서 충격의 3위...'만년 2인자' 게이틀린 金

  • 등록 2017-08-06 오전 8:57:06

    수정 2017-08-06 오전 8:57:06

런던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3위에 그친 우사인 볼트(왼쪽)가 우승자 저스틴 게이틀린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번개인간’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가 세계선수권 남자 100m 3연패에 실패했다. ‘영원한 2인자’ 저스틴 게이틀린이(35·미국)이 마지막 대결에서 기어코 볼트에게 설욕했다.

게이틀린은 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런던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92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반면 볼트는 9초95에 그쳐 동메달을 목에 거는데 그쳤다. 9초94를 기록한 ‘신예’ 크리스천 콜먼(21·미국)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스타트부터 좋지 못했다. 이날 볼트의 스타트 반응 속도는 0.183초로 결승에 나선 8명 선수 가운데 7번째였다.

전성기 시절 볼트는 출발이 늦어도 후반에 가속도를 붙여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레이스 후반 스퍼트를 펼쳤지만 예전같은 폭발력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8번 레인에서 뛴 게이틀린이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볼트와 콜먼을 제치고 앞으로 치고 나왔다.

게이틀린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2005년 헬싱키 대회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특히 메이저대회 결승전에서 볼트를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이틀린은 2013년 모스크바, 2015년 베이징 대회에서는 볼트에 밀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만년 2등’이라는 꼬리표가 그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아쉬움을 씻어냈다.

게이틀린이 볼트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자 런던의 팬들은 엄청난 야유를 쏟아냈다. 게이틀린은 레이스를 마친 뒤 볼트 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볼트도 게이틀린과 포옹을 나누며 축하인사를 건넸다.

게이틀린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볼트의 경쟁자는 프로레슬링을 하는 기분으로 산다. 모두가 볼트를 응원한다”며 “볼트를 응원하는 사람에게는 야유를 보낼 적이 필요하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볼트는 비록 금메달은 아니지만 동메달을 추가하며 세계선수권대회 역대 14번째 메달(금 11, 은 2, 동 1)을 목에 걸었다. 여자 육상의 전설 멀린 오티의 세계선수권대회 최다 메달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볼트는 “출발이 부진했고, 중후반 레이스에서 만회하지 못했다”며 “이런 레이스를 펼친 것이 후회스럽다. 마지막 경기라는 걸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니 마지막 100m 결승에서 이런 결과가 나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게이틀린은 정말 훌륭한 경쟁자다. 예전부터 게이틀린과 달릴 때는 최선을 다해야 했다”며 “게이틀린은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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