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의 함정]실질 가리는 ‘아이러니’…투자자는 어렵다

경제적 실질 판단 중요하다는데…외려 착시효과 발생
지분율 감안 안한 영업이익, 주가 연계 채권 손실 등 문제
“이해관계자 회계역량 강화, 충실한 공시로 소통해야”
  • 등록 2019-04-22 오전 5:20:00

    수정 2019-04-22 오전 5:20:00

[이데일리 이명철 이광수 기자] 경제적 실질을 투명하게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FRS)이 오히려 기업 실질 가치를 가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칙을 중심으로 하는 회계 기준이 기업 위주로 서술하도록 돼 있다 보니 정작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투자자가 혼란을 일으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 이해를 높이기 위해 회계처리 개선 또는 보완이 필요한지 회계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21일 회계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FRS 환경에서 기업 실질을 가리는 가장 큰 분야로 연결 재무제표가 꼽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나 현대오일뱅크처럼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실질 지배력을 갖췄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최근 회계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다.

기업의 실질 지배력을 갖춘 종속회사들을 포함해 연결 재무제표로 작성하는 것이 IFRS의 원칙이다. 다만 실제 기업이 가지고 있는 지분율과 상관없이 영업이익이나 부채 등을 합산해 표기하다 보니 개별 기업의 이익 창출이나 채무 부담을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연결 영업이익 표시가 회계정보 이용자보다는 다분히 작성자에게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는 “IFRS는 실질 지배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지분율 차이가 영업이익의 지배·비지배를 나누지 않고 합산하다보면 실제 기업의 민낯을 알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용평가사들이 기업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개별·별도 재무제표 위주로 살피거나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이 연결 영업이익보다는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따지는 것을 볼 때 영업이익의 신뢰도는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기업의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 유출입이 아니라 주가와 연계된 파생상품의 평가손실 또는 평가차익이 재무제표에 표시되는 점도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다. 전환상환우선주(RCPS)나 전환사채(CB) 등은 주식 전환 권리가 채권자에게 있을 경우 통상 부채로 인식한다. 만약 주가가 오른다면 주식으로 전환해야 할 부채 또한 커지면서 당기에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반영된다. 기업가치는 상승하는데 재무제표에는 손실이 커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기업이 임직원들에게 부여하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또한 마찬가지로 주가 변동에 따라 손실을 인식하기도 한다.

이 대표는 “현재 회계 처리는 이용자들이 합리적 의사 결정을 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작성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실제 영업활동과 상관이 없는 회계상 손실이 투자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 일침했다.

결국 현재 IFRS 환경에서 경제적 실질을 잘 드러내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이 회계 역량을 키워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손혁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실질을 가리는 경우가 있을 뿐 IFRS의 원칙 자체가 기업의 실질 가치는 가리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IFRS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재량권을 활용한 감사인의 감사 품질도 강화해야 하지만 기업들도 기관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충실한 공시 등을 통해 실질 정보를 알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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