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벽이 된 수영장…박상희 '수영장'

2019년 작
광대하고 낯선 현실·공간 은유로
현대인 겪는 정서적 소외감 다뤄
사선·색감 등 긴장감·이질감 높여
  • 등록 2019-10-26 오전 12:35:00

    수정 2019-10-26 오전 12:35:00

박상희 ‘수영장’(사진=레스빠스71)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산 아래 바다만큼 드넓은 물. 한 여인이 수영복 차림으로 걸터앉은 난간을 보고서야 여기가 어디겠거니 짐작을 한다. 맞다. 작가 박상희(40)가 깊게 파놓은 ‘수영장’(2019)이다.

그런데 여느 수영장과는 좀 다르다. 반듯하게 제대로 잡힌 사각이 아닌 데다 으레 드러내야 할 ‘푸른 물색’과도 거리가 멀다. 편안한 건가, 외로운 건가. 이 여인의 시선이 닿아있는 곳은 어디인가.

작가는 현대인이 겪는 정서적 소외감을 다룬다.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내보이는 기법을 사용하는데. 뚝뚝 잘라놓은 화면이나 비딱하게 그어내린 사선 등으로 긴장감을 높이고, 동화되기 힘든 색을 붙여 이질감을 끌어내는 식이다.

정점은 그 안에 홀로 남겨둔, 얼굴을 감춘 인물이 찍는다. 어차피 세상은 섞이지 못할, 내 표정과는 상관없는 환경이고 조건이란 뜻일 거다. 벽이 된 수영장이라고 할까. 결코 만만치 않은, 광대하고 낯선 현실·공간에 대한 은유가 강렬하다.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1길 레스빠스71서 여는 개인전 ‘어떤 공간에 누군가’(Someone in Some Space)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아크릴. 97×162㎝. 작가 소장. 레스빠스7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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