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사회] 1주택 강제 논쟁, "재산권 침해" vs "이해관계 충돌"

경기도 4급 이상 공무원 1주택 권고, 위반 시 인사 불이익 방침
"재산권 침해" 위법성 시비 제기
"공직자 이해관계 회피 위해 필요" 옹호론
  • 등록 2020-08-02 오전 12:10:00

    수정 2020-08-03 오전 8:59:15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법과사회]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법과 사회’에서는 사회적 갈등, 논쟁과 관련된 법을 다룹니다.

부동산 시장 과열에 따른 정부 정책 논의가 공직자 1주택 권고와 관련된 논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재명 경기지사가 4급 이상 공무원은 실제 거주하는 주택을 제외하고 모두 매각토록 권고하고 이를 인사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히면서 위법성 시비도 제기됐습니다.

지난해 말 청와대 고위공직자의 1주택 보유 권고를 제안했으나 올해 자신도 다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

경기도는 이번 주 4급 이상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원 등에 대해 다주택을 모두 처분할 것을 권고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2021년 인사부터 승진, 전보, 성과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주택자는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행정 정책을 실행하는 이들의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는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고위공직자의 1주택 보유 논의는 지난해 말 청와대에서 최초로 권고가 나오면서 시작됐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투기 억제 노선을 지향하고 있음에도 고위공직자들이 다주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정책 실현 의지를 의심하는 여론이 거셌던 까닭입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최초 권고에 나섰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자신도 다주택 처분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직자를 상대로 한 ‘권고’가 얼마나 실질성이 떨어지는지 확인하는 데 그치고 말았습니다.

이번에 이 지사의 지시는 인사 불이익을 포함해 권고가 사실상 강제성을 띄게 됐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그러나 부동산 재산 보유 문제가 법률인 아닌 도덕적 책무와 관련돼 있다는 점 때문에 경기도 방침이 위법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인사불이익이 불법이라는 주장은 주로 헌법 23조 1항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합니다. 다주택 보유 제한은 재산권의 침해를 의미하는데, 이는 헌법에 위배되며 재산권의 한계 역시 법률로 정해야 하므로 지자체 내부 인사규정으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밖에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법률로 보장하는 헌법 7조 2항이 문제된다는 의견도 있으며, 지방공무원법이 정해놓은 승진임용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인사권자의 재량 범위를 넘어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부동산 재산만 289억원을 신고해 국회 최고 ‘땅부자’로 확인된 미래통합당 박덕흠 의원(왼쪽). 박 의원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다. 사진=연합뉴스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이해관계’ 문제

이에 맞서 이 지사의 방침을 옹호하는 이들은 부동산 정책을 실행하는 행정기관의 책임자급 당사자들이 시장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워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주택 ‘되팔이’로 쏠쏠한 재미를 보는 이들이 어떻게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는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국가기관의 고위직은 물론 지역의 말단 공무원조차 지역 토지개발 정보에 혈안이 돼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는 무시하기 힘든 주장입니다.

이 지사 자신은 “여성 우대나 소외지역 배려처럼 인사권자의 절대적 고유 재량”이므로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1주택만 보유해 부동산 투기와 관한 잡음에서 청렴하다면 그 또한 공직자의 능력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것은 인사권자 권한이라는 것입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아예 고위공직자의 1주택 보유를 강제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앞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주택을 보유한 정책결정자가 부동산 정책에 미칠 영향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게 심 대표 주장입니다.

공직자에 대한 1주택 강제 권고가 법에 반하는지는 여부를 떠나서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나라의 녹을 받아먹는 이는 청렴해야 한다’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원초적 기대와 우리 공직사회 현실이 너무도 멀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미래통합당 40%, 더불어민주당 20%의 다주택자 비율은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집권세력의 정치적 색깔과는 무관한, 부동산 시장의 뿌리 깊은 왜곡과 관련돼 있음도 보여줍니다. 추종하는 가치는 서로 달랐을지라도 그들 모두가 시세차익에 대한 열망 앞에서는 하나였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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