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해우소]갑질금지법 개정했지만…‘갑 위의 갑’ 제재 역부족

갑질금지법 국회 문턱 넘었지만…적용받는 노동자는 사실상 절반
사용자의 친인척에 대해선 1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조항 신설됐지만
계약관계가 아닌 친인척은 여전히 '사각지대'
  • 등록 2021-04-10 오전 12:15:07

    수정 2021-04-10 오전 12:15:07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시행 1년 반이 넘도록 실효성 논란이 일었던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법적 보호 사각지대에 있던 사용자의 괴롭힘 행위를 직접 처벌하고 사용자가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조사를 하도록 조사 의무를 구체화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도 적용 대상이 사용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에 그쳐 사실상 노동자들의 절반 정도만이 적용대상이다. 일각에서 여전히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폭언에 극단적 선택한 캐디, 직장갑질 인정에도 법적 조치 無

지난 2019년 7월 골프장 캐디로 일하던 배모(당시 27세)씨는 경기 파주에 있는 A골프장에 입사해 캡틴으로 불리는 책임자로부터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

당시 배씨는 업무 중 캡틴으로부터 “뚱뚱하다”는 외모 비하와 공개 모욕 등을 받았다. 괴롭힘이 이어지자 배씨는 캐디의 일정을 통보받는 카페에 ‘캡틴님께’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게재했지만, 20분 만에 해당 글은 삭제되고 카페에서 강제퇴장 조치를 당했다.

배씨는 “불합리한 상황에 누군가 얘기를 한다면 제발 좀 들어주세요. 출근해서 제발 사람들 괴롭히지 마세요”등 차별과 갑질을 멈춰달라는 내용을 적었다.

해당 글이 삭제된 후 지난해 9월 14일 기숙사에서 배씨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 측은 직장 내 갑질로 인해 사망한 사건이라 주장했지만 골프장 측은 직장 내 갑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캐디는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형태종사자로 근무하기에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 개인 간 갈등으로 봐야 한다는 것.

하지만 유족 측이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한 결과 고용부는 파주 캐디의 사망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볼 수 있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는 해당 사건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하더라도 현행 근로기준법 상으로는 별다른 조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캐디가 특수고용형태 종사자로 계약되어 있기 때문에 근로자가 받는 법적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의 직접적인 적용이 불가하다다”는 입장을 표했고 해당 소식이 알려진 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해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신속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개정’ 직장 내 갑질 금지법, “여전히 반쪽”

이같은 지적이 끊이지 않자 국회는 지난달 24일 본회의를 열고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가결 처리했다. 개정안엔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발생 시 사용자가 당사자 등을 상대로 객관적인 조사를 하도록 조사 의무를 구체화하고,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게 해당 사실을 누설하지 않도록 ‘비밀유지’ 조항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2019년 7월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업주가 피해 신고를 이유로 피해자를 해고하는 등 불리한 처우를 한 때를 제외하고는 처벌조항이 전무했지만 이번 개정안은 이를 보완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는 사용자 또는 사용자 친인척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일 땐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다만 적용 범위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 이번에도 제기됐다.

개정안은 현행법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 친인척인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일 때 사용자의 조치 의무를 기대하기 어렵고, 사용자가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도 제재 규정이 없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의 실효성을 담지 못한다.

즉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의 적용 범위는 사용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정규직, 계약직, 임시직 등)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골프장 정규직 캡틴의 괴롭힘 때문에 자살한 캐디와 같은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 노동자 등은 여전히 갑질금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의 이번 개정은 한 단계 진전을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결정권한을 행사한 자를 제재할 수 있어야 갑질이 사라진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적용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되면서 사용자나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여전히 캐디와 같은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갑질금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규제의 사각지대에 처한 이들의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업주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람에게만 법이 적용되다 보니 명목상 프리랜서인 헬스트레이너 등은 보호받지 못한다.

김유경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가해자를 처벌할 조항도 마련해야 한다”며 “가해 행위마다 처벌 수위가 달라야 하겠지만 지속적이고 끊임없는 괴롭힘을 보였을 경우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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