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공모가 하향 압박' 금감원 정정 요구 갑론을박

[IPO신고서 퇴짜 논란]②
아모센스·크래프톤 공모가↓ 카카오페이도 밸류 재측정
금감원 "IPO 늘며 정정도 늘어…가격 직접 개입 아냐"
시장 '보이지 않는 압박' 우려…적정 중간지점 찾아야
  • 등록 2021-07-22 오전 3:02:00

    수정 2021-07-22 오전 10:03:03

[이데일리 김인경 김소연 권효중 기자] 올여름 출격하는 기업공개(IPO) 대어들이 금융당국에 잇따라 발목을 잡혔다. 지난달 크래프톤에 이어 16일엔 카카오페이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았다.

금감원이 내세운 이유는 ‘공모가 산정 근거를 더 구체적으로 기재하라’는 것이지만 시장에서는 ‘공모가를 낮춰라’는 요구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크래프톤은 희망 공모가를 45만8000∼55만7000원에서 40만∼49만8000원으로 10~13%가량 낮췄고, 희망 공모가 6만3000~9만6000원을 제시했던 카카오페이도 이를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크래프톤 이어 카카오페이도…연이은 정정요구

21일 이데일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7월까지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 54곳 중 총 9개 기업(16.7%)이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상장기업 76곳 중 6곳(7.8%)에만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한 점을 감안하면 약 50% 늘어난 셈이다.

참고로 2017~2019년엔 283개사가 상장했지만, 금감원의 IPO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는 전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올해 9개 기업 중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면서 아모센스(357580), 크래프톤 등 총 2곳은 희망 공모가 범위도 낮췄다. 현재 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은 카카오페이 역시 공모일정을 연기하고 기업가치 재평가와 공모시기 조율 등의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물론 금융당국은 공모가 정정을 요구하며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없다고 선을 긋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모가를 정정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면서 “증권신고서에 투자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대로 기재해달라고 정정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코로나19 이후 저금리와 머니무브로 동학개미가 늘어난 만큼 발행사에 공모가를 설정한 근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해 투자 판단 근거를 강화해 준다는 얘기다.

그러나 상장을 하는 기업이나 주관사 입장에서는 정정 요구 자체가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특히 금감원은 기업들의 미래 이익 추정부분을 깐깐히 보면서 위험요소나 부정적 전망 등도 부연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아 이 과정에서 공모가를 ‘알아서’ 조정할 수밖에 없단 지적도 나온다.

올해 상장한 한 스타트업 기업 관계자는 “기업과 주관사가 나름의 근거를 통해 다양한 고민을 하며 가치평가를 해도 금감원이 근거를 재차 되묻고 매출 구조 등을 부연하라고 하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소액 주주 보호와 자본시장 자율성 중간지점 찾아야

이 같은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압박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 이후 증시가 활황을 이어가며 공모를 준비하는 기업도, 공모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8년만 해도 공모를 통해 기업(스팩, 리츠 포함)들이 조달한 자금은 2조7803억원 규모였지만 △2019년 3조4761억원 △2020년 4조7066억원△2021년 7월 21일 기준 6조5885억원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 연간 조달금액을 40%나 웃도는 수준이다.

공모주 투자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처음 공모주에 투자하는 10~20대는 물론 은퇴자금으로 재테크를 하는 60대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공모주 청약에 나선 연령대를 보면 10~20대가 3.44%, 60대 이상이 32.05%에 이른다. 금감원은 개인투자자가 다양해지는 만큼, 더욱 명확하고 구체적인 증권신고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개인투자자의 무더기 민원이 빗발치는 점 역시 금감원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개미들은 지난해 10월 하이브(352820)(당시 빅히트) 공모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하이브는 공모가 13만5000원에서 출발해 첫날 상한가(31만1000원)까지 치솟았지만, 기관의 매도로 이튿날 20만50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하이브에 투자했던 개미들은 금감원에 비대칭 정보 등을 이유로 집단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시장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비싸면 외면받고 싸면 흥행하는 공모가에 금감원이 개입하는 건 지나친 조치”라면서 “금감원이 금융감독에 전문성이 있는 곳이지 기업가치 산출에 전문성이 있는 곳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만일 공모가가 비싸다고 해도 희망 공모가 범위 내에서 공모가를 확정 짓는 수요 예측에서 최종 공모가는 자연스럽게 낮게 형성될 것이란 얘기다.

이 가운데 올 하반기 넷마블네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중공업,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어들이 줄줄이 IPO 시장에 나설 계획이다.

일각에선 공모가가 높을수록 상장사나 주관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이익도 커지는 만큼 개인투자자 등을 위해 일정부분 금융당국의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형 증권사 IPO 담당자는 “발행사나 주관사 모두 공모가가 높을수록 이득을 보는 구조이다 보니 이를 견제하는 금감원의 역할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소액주주 보호와 자본시장 자율성의 중간지점을 찾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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