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블로그] 다친 에이스들의 마음은 누가 보호해주나

  • 등록 2010-11-03 오전 8:55:09

    수정 2010-11-03 오전 8:55:15

▲ 윤석민 (왼쪽) [사진제공=KIA]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1. KIA 에이스 윤석민(24)은 지난 6월18일 문학 SK전서 패한 뒤 라커룸 문을 손으로 내리쳐 새끼 손가락 골절상을 당했다. 그로부터 두달 뒤에나 마운드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절치부심 끝에 돌아왔지만 롯데전(8월24일)서 조성환의 머리에 공을 맞힌 뒤 심리적 충격으로 더 이상 등판하지 못했다.

#2. SK 에이스 김광현(22)은 삼성과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마비 증세로 쓰러졌다. 다행히 빠르게 회복중이지만 첫 증세는 매우 위험한 수위였다는 전언이다.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극도의 긴장감은 그의 몸을 치명적일 수 있는 상황까지 몰고 갔다. 그가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며 얼마나 많은 부담감을 느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야구만 놓고 봤을 때 윤석민과 김광현은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투수들이다. 야구 선수로서 마음가짐도 마찬가지다. 그들과 인터뷰를 하다보면 ‘역시 에이스’라는 찬사가 절로 나온다.

에이스로서 책임감은 물론이고 팀의 일원이라는 희생 정신도 매우 투철하다. 야구에 관해선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성숙된 선수들이다. 그들의 인터뷰 몇 개만 찾아봐 읽어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올해 윤석민과 김광현이 보여준 상처는 인간으로서는 여전히 성장 과정에 있는, 또한 사회인으로서는 이제 막 출발선을 떠난 청년에 불과하다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야 구를 풀어가는 선수로서의 성장은 훈련과 교육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지도자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선진 기술의 유입이 빨라지며 성장 속도 역시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가 빠르게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인으로서의 성숙을 위해선 아직 이렇다 할 장치가 없은 것 또한 사실이다.

프로야구 선수는 좀 더 명확하게 보자면 하나의 ‘개인 사업자’다. 결국 자신이 모든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일정 기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신인 선수라 할지라도 마운드나 타석에 서면 10년 이상 뛴 베테랑들과 싸워 이겨내야 할 뿐이다.

그런 선수들에게 사회를, 그리고 프로야구를 알려주는 기회는 신인 시절 구단과 KBO가 제공하는 하루, 이틀 정도의 워크샵 뿐이다.

게 다가 이젠 세상이 변했다. 야구 인기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져가고 있다. 그와 함께 팬들의 불만이 전달되는 창구는 많아졌다. 또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빨라지고 있다. 언론의 눈도 더욱 집요해지고 있다. 안 보고 안 들으면 며칠만에 사그라들던 이전의 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살벌함 속에 놓여 있는 셈이다.

배움이 부족하니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누군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함께 고민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전엔 고참 선수들만으로도 어느정도 해소가 가능했다. 조용히 불러내 소주 한잔 사주며 등 두드려주면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정말 세상이 달라졌다. 경험이나 정에서 나오는 위로만으로는 버거운 수준이 되고 있다. 야구 인기가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우리 젊은 선수들을 향한 올가미는 더욱 크게 숨을 조여올 것이다.

야 구가 또 하나의 거대한 산업인 메이저리그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심리학 전문가들이 구단별, 에이전트사 별로 활동하며 선수들의 마음을 돕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고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정신과 전문의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린 마음을 달래는데 매우 인색하다. “남자가 그 정도는 견뎌야지” 한마디면 더 이상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남자’라는 굴레로 방치해 두기엔 세상은 아니 야구는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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