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제2의 미지리서치가 아쉽다

  • 등록 2011-08-22 오전 8:30:00

    수정 2011-08-22 오전 8:30: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미지리서치를 아시나요?"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이 등장하기 전, 한국에도 모바일 운영체계(OS)를 개발한 업체가 있었다. 미지리서치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리눅스 기술을 기반으로 모바일 OS를 개발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당시 정부 지원이나 자본 투자를 받지 못했다.

홀로 고군분투하던 미지리서치는 결국 외국계 소프트웨어(SW) 기업인 윈드리버에 팔렸다. 이후 윈드리버는 다시 인텔에 인수됐다. 결국 미지리서치의 모바일 관련 기술은 인텔에 녹아있는 셈이다.

만약 미지리서치를 인수한 기업이 외국계가 아닌 국내 휴대폰 제조사, 이동통신사, 인터넷 업체중 하나였다면 지금 상황은 어떠했을까. 또는 정부 지원을 받아 미지리서치가 독자 성장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본다.

최근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했다는 소식에 국내 IT 업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갖고 있는 OS 영향력 때문이다. SW 장악력이 하드웨어 업체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결과물이다.

삼성전자가 바다 OS를 개발했지만, 이미 수 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구글·애플에 대응하기란 역부족이다. 만약 미지리서치가 국내 기업을 통해 명맥을 유지했다면, 우리나라도 구글이나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할 OS를 보유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아니라면 적어도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했다는 소식에 한국 IT 위기론까진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현재도 국내에는 미지리서치 같은 숨은 보석들이 많다. 그럼에도 많은 SW 업체들은 힘겨워 문을 닫거나 외국계 회사에 인수되고 있다. 정부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적으로 SW 기술을 멸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미지리서치가 윈드리버에 인수되고 얼마 후 아이폰이 도입됐을 때, 정부는 그제야 SW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키우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당시 정부는 SW 개발 지원에 3년간 1조원을 쓰겠다고도 공언했다. 결과는 초라하다. 내년이면 끝나는 SW 개발지원 사업에 배정된 누적 예산은 2200억원에 불과하다. 사업 내용도 대부분 축소됐다. 아이폰 패닉이 끝나자 SW의 중요성은 다시 또 잊혀졌다.

그러나 애플, 구글보다 늦었다고 SW 개발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제2의 미지리서치가 또다시 해외업체에 인수되지 않도록 실천력 있는 지원이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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