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이 등장하기 전, 한국에도 모바일 운영체계(OS)를 개발한 업체가 있었다. 미지리서치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리눅스 기술을 기반으로 모바일 OS를 개발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당시 정부 지원이나 자본 투자를 받지 못했다.
홀로 고군분투하던 미지리서치는 결국 외국계 소프트웨어(SW) 기업인 윈드리버에 팔렸다. 이후 윈드리버는 다시 인텔에 인수됐다. 결국 미지리서치의 모바일 관련 기술은 인텔에 녹아있는 셈이다.
최근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했다는 소식에 국내 IT 업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갖고 있는 OS 영향력 때문이다. SW 장악력이 하드웨어 업체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결과물이다.
삼성전자가 바다 OS를 개발했지만, 이미 수 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구글·애플에 대응하기란 역부족이다. 만약 미지리서치가 국내 기업을 통해 명맥을 유지했다면, 우리나라도 구글이나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할 OS를 보유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아니라면 적어도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했다는 소식에 한국 IT 위기론까진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현재도 국내에는 미지리서치 같은 숨은 보석들이 많다. 그럼에도 많은 SW 업체들은 힘겨워 문을 닫거나 외국계 회사에 인수되고 있다. 정부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적으로 SW 기술을 멸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 구글보다 늦었다고 SW 개발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제2의 미지리서치가 또다시 해외업체에 인수되지 않도록 실천력 있는 지원이 시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