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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02일자 37면에 게재됐습니다. |
지옥을 향해 달리는 불수레. 배우 김민희(30)가 `화차(火車)`(감독 변영주, 제작 영화제작소 보임)에 올라탄 심경을 이같이 밝혔다.
`화차`가 그에게 온 건 지난해 영화 `모비딕` 촬영을 마친 직후였다. 결혼 한 달 전 자취를 감춘 여인. 이름, 나이, 가족 모든 것이 가짜다. 서서히 드러나는 충격적인 과거. 겁먹은 얼굴로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던 시골소녀는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다가 벼랑 끝에서 도시의 흉측한 괴물이 되어버린다. 장르도 미스터리에 천사와 악마의 얼굴을 오가는 다면적인 캐릭터.
`나, 이 작품 할래요!` 김민희가 선영 역을 덜컥 물었을 때 대중이 보인 첫 반응은 물음표였다. `김민희가? 어울릴까? 잘해낼까?` 우려 섞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연출을 맡은 변영주 감독을 비롯한 동료 배우들의 시선도 다르지 않았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건 지난달 22일 언론 시사 직후부터다. 그를 둘러싼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기 시작했다. `김민희의 재발견`. 호평이 쏟아졌다. 그의 얼굴에도 꽃이 피었다.
데뷔 13년 만에 첫 악역. 서른 살의 첫 작품. 지난해 가을 그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 "그냥 신인배우로 가죠"···`화차`는 내 운명
분량은 적고, 캐릭터는 세고. "그냥 신인배우로 가죠" `화차`에 가장 먼저 탑승한 배우 이선균은 약혼녀 선영 역을 맡겠다는 여배우가 좀처럼 나타나질 않자 감독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김민희가 영화에 출연키로 했다는 이야기를 감독에게 듣고서도 "에이~ 그럴 리가···. 진짜요?" 몇 번이나 되물었다.
김민희는 "(비록 1순위는 아니었더라도) 원래 내 것이었던 것 같은, 운명적인 느낌이 든다"면서 "그러니 돌고 돌아 내게로 왔겠죠"라고 `화차`와의 인연을 강조해 말했다.
운명은 운명이다. 당시 변 감독의 책상에 놓여 있던 달력은 김민희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에서 소속 배우들의 사진을 넣어 만든 것으로 그달의 배우가 또 마침 김민희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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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차`에는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둘 있다. 붉은 피로 얼룩졌던 펜션 장면과 마지막 용산역 에스컬레이터 신. 그중 펜션 장면은 김민희의 연기가 가장 빛났던 순간이기도 하다.
당시 어떤 기분으로, 그런 극한의 상황을 연기해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몸이 절로 파닥거렸다"는 말만 되뇌었다.
◇ 가장 끔찍한 건 무관심.."조카 보러 미국 가요"
신용불량, 개인파산, 사채, 1인 가구, 무관심.
영화 `화차`는 미야베 미유키의 원작이 그러하듯 사회의 이면과 병폐를 날카롭게 풀어낸다. 그런 점에서 최근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사회적 이슈까지 만들어낸 `도가니`, `부러진 화살`의 연장선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김민희는 영화가 꼬집는 다양한 사회 문제 중 특히 현대인의 무관심에 공감하는 바가 컸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면 아실 텐데 차경선과 강선영 모두 무관심한 사회가 만든 피해자 예요.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가 사라져도 아무도 모르죠. 그런 게 좀 섬뜩하고 무서운 것 같아요."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2008)를 시작으로 `여배우들`(2009), `모비딕`(2011) `화차`(2012)까지. 쉼 없이 달려온 그는 `화차` 홍보를 마치면 언니가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조카가 지난해 5월 태어났는데 아직 얼굴을 못 봤어요. 어떻게 생긴 녀석일까···. 정말 궁금해요. `화차` 마무리 잘하고 다녀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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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대욱 기자) ▶ 관련기사 ◀ ☞`화차` 김민희 "센 캐릭터 동경, 어린 애처럼 기뻤다" ☞[포토]김민희 `볼수록 아찔한 시스루 원피스` ☞[포토]김민희 `과감한 통굽 슈즈` ☞`화차` 김민희, 반라 포스터 "유해성 있음"..심의 반려 ☞김민희의 `화차(火車)`, 그 강렬함에 대하여··· ☞김민희 "제2의 전도연? 부끄럽지만 닮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