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빨리 출구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팬들의 야구문화 정착과 해외파 복귀 등으로 조성된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릴 순 없기 때문이다.
철저한 반성이 먼저다. 뼈를 깎는 자성을 하지 않는다면 백 가지 처방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죄를 지은 몇몇 선수를 처벌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범'이라는 인식 아래 야구계 스스로 채찍질을 해야 한다.
실제 승부 조작은 야구계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시스템과 조직이 모두 무너지며 생긴 결과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검은 유혹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은 사실상 전무했다. 교육은 물론 감시 장치도 없었다.
'야구는 승부 조작이 어렵다'는 안일한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이후 볼넷 등 세부적인 부분을 놓고 불법 베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제보가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먼저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좀 더 매를 먼저 맞은 프로 축구는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수억원의 예산을 편성, 조작 방지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야구는 올시즌도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서 치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조작에 참여하지 않은 선수들도 함께 반성해야 한다. '프로'가 강조되며 한국 야구 특유의 팀 문화도 퇴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승부 조작은 이런 선수들의 개인주의를 파고든 측면도 분명히 있다.
한 선수는 "사고가 나자 그제서야 해당 선수들이 씀씀이가 커지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더라는 말이 돌았다. 여러 측면에서 씁쓸했다"고 말했다.
이제 중요한 건 누가 조작에 가담했느냐가 아니다. 야구인 모두 공범이라는 인식을 갖고 개혁에 나설 때 한국 야구는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