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07일자 37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한류에 관한 곱지 않은 시선, `혐한류`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한류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는 `반짝한류`다.
한류가 앞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지 의문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현지에선 한류를 하나의 트렌드나 유행쯤으로 여기는 분위기마저 감지돼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달 30일 2PM 일본 콘서트가 열린 일본 부도칸. 현장에서 만난 남성 팬 유키노부(21)씨는 한류가 얼마나 지속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자신이 2PM 팬이라고 하면서도 "그렇게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며 한류의 지속성에 회의적이었다.
현지 대중문화 전문가들도 한류의 수명을 염려했다. 한류 스타나 제작자들이 한류의 발전을 위해서 시간과 정성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유니버설뮤직재팬에서 근무 중인 한국인 이수현(29)씨는 "현재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는 K팝이 오랫동안 사랑받기 위해서는 K팝이 일본에서 대중적인 음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K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 ▲ 한 일본 팬이 타워레코드 앞에 마련된 장근석 홍보용 포스터를 촬영하고 있다.(위) 장근석이 지난 달 31일 오리콘 차트에서 1위를 해 팬들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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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이후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 1위를 했다는 K팝 스타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배우 장근석이 일본에서 K팝 스타 이상의 몫을 해내고 있다. 장근석은 현재 일본에서 신한류 열풍을 일으키며 배용준 이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혐한류`에 대해 국내의 우려와 달리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일본인들은 자기가 좋으면 그만이고,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는 국민성도 한 몫 했다. `혐한류`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언론에서 부추기는 바람에 도드라져 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수현씨는 "일본인 대부분은 한류에 무관심하다"며 "다행히 한류를 좋아하는 사람이 한류를 싫어하는 사람보다 많아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혐한류` 현장을 직접 어려웠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고무된 분위기가 감지됐다. 지난 달 31일 시부야의 타워레코드 1층에는 장근석 새 앨범에 관한 섹션이 매장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날 장근석은 정규 1집으로 오리콘에서 1위를 차지해 국내외에서 조명을 받았다. 또 도쿄에서도 젊은이들 사이의 핫 플레이스인 하루주쿠 다케시타 도리에는 한류 아이돌 파크라는 한류 숍이 성업 중이다. 가게 앞에 부착된 스크린에는 샤이니의 `셜록` 뮤직비디오가 상영되는 게 목격됐다. 10대 소녀 팬들이 그 앞에서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는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현지 관계자들은 일부 국내 대중문화 관련 제작자가 일본 시장을 돈 나올 곳으로만 여긴다고 아쉬워했다. 오히려 일본을 한류의 세계화 내지 한류 확산을 위한 관문으로 여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에서 성공하고자 한다면 보아, 동방신기의 예처럼 오랜 시간을 투자하면서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밟아 나가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런 한류 스타도, 제작자도 없다.
한 가요기획자는 "지금의 K팝 열기가 제2의 동방신기를 내놓지 못한다면 2~3년 내에 시들 수 있다"며 "한류의 또 다른 번성을 위해서는 K팝을 시작으로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프로모션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