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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회를 거듭할수록 흡입력을 높이고 있다. 10일 방송된 6회는 전국시청률 14.6%를 기록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실시간 최고 시청률은 17%를 넘긴다. SBS ‘상속자들’과 MBC ‘메디컬탑팀’ 등 하반기 대작으로 꼽힌 경쟁작이 나란히 수목 안방극장에 뛰어들었지만 오히려 상승세다. ‘비밀’의 ‘전반전 비밀병기’는 배수빈과 황정음인 듯하다. 시청자를 집중시키는 안도훈(배수빈 분)과 강유정(황정음 분)의 캐릭터가 그 흔한 멜로 장르에서 봤던 그 빤한 복수 시나리오를 빗겨가는 묘한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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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욕 먹는 남자’ 캐릭터가 나온 것 같다. “이런 죽일 X!”, “세상에 저런 못된 남자가 어딨나”, “뻔뻔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등 그의 연기에 쏟아지는 평이 대부분 ‘욕’이다. 성공적이다. 배수빈에게 있어 ‘비밀’을 통해 식당 아주머니들에게 홀대 당하는 에피소드가 생긴다면, 그만큼 안도훈이란 인물을 잘 그려냈다는 뜻이 된다.
10일 방송된 6회에서 극중 안도훈은 7년 조강지처 약혼자인 유정의 아버지(강남길 분)를 죽였다. 자신의 뺑소니 사고를 딸이 대신 뒤집어 쓴 전말을 파악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챘기 때문이다. 울고 불며 “아빠가 없어졌다”고 실성한 유정을 달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아버지를 찾아나선 도훈은 안도와 기쁨의 미소를 짓기가 무섭게 그를 없애야 한다는 무서운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곤 유정에게 돈 봉투와 프러포즈 반지를 돌려주는 일밖엔 할 수 없다는 도훈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나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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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도훈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있는 인물이 유정이다. 유정을 연기하고 있는 황정음 역시 ‘조강지처’, ‘지고지순’, ‘자기 희생’ 등의 표현에 어울리는 캐릭터의 클리셰를 깼다. 모든 걸 이해해서 더욱 무섭고, “넌 힘들면 꼭 그렇게 웃더라”는 친구의 말처럼 상황을 받아들이는 배포가 남 다른 여자다. 그래서 극중 유정이 도훈에게 버림 받고, 그의 집에서 홀대를 받아도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 같지 않다. 민혁(지성 분)에게 “한 번만 살려주세요”라고 애원해도 그 모습이 마냥 비참해보이지만은 않다. 오히려 “자기주도적인 여성”, “뻔뻔해보이지 않는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극중 유정은 자신의 아버지가 어떻게 죽게 됐는지 알지 못한 채 장례를 치렀다. 찾아오는 이는 거의 없었다. 산소 앞에서 넋을 놓고 있는 유정은 뒤를 돌아 도훈을 봤다. 두 사람은 벤치로 자리를 옮겼다. “미안하다”는 도훈의 말이 나오기도 전에 유정은 선수를 쳤다. “오빠가 언제나 올까”라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날 때마다 도훈이 왜 오지 않는지 그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은연중에 드러냈다. 화법엔 반전이 있었다. 만약 도훈이 첫날 왔다면 그에게 의지하느라, 둘째날 왔다면 늦게 왔다고 원망하느라, 아버지를 제대로 보내지 못했을 거라고 자위했다. 그 모습은 오히려 도훈의 마음을 찔리게 했다. 당신 만난 걸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더 좋아질 게 없지 않느냐, 등의 말로 웃으며 안녕을 고한 모습도 ‘유정의 승리’였다.
‘비밀’은 사랑과 성공, 배신과 화해 등 엇갈린 운명 속에 놓인 네 남녀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드림하이’와 ‘학교’ 시리즈로 유명한 이응복 PD가 연출을 맡았다. 드라마스페셜로 감각적인 톤을 자랑한 유보라 작가가 집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