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 일본의 `역사 딜레마`

  • 등록 2013-11-28 오전 6:01:01

    수정 2013-11-28 오전 6:01:01

[니콜 포레스터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리서치펠로우] 역사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일본과 한국, 중국 등 동북아시아 3개국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인들에게는 불편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전세계적 기준에서 보면 일본이 과거사를 다루는 방식은 평균 정도는 된다. 과거 아르메니아인들을 학살한 터키나 중국 공산당, 심지어 인디언 등 원주민들을 학살한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에 비해 적어도 나은 편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같은 기준보다는 나치가 유대인들에 대해 저지른 만행에 대해 빌리 그란트 총리 이후 서독(西獨)이 보여온 사죄에 늘 비교되고 있다.

바르샤바에 있는 유대인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 그란트 총리처럼 주변국에 진정으로 사죄한 일본 정치인은 아무도 없었다. 서독과 달리 일본은 피해자에 대한 법적 보상에서도 제한적이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일본 지도자들처럼 전범 묘비에 추모하러 간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일본은 여러 이유를 들어 이런 비교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독일과 일본 두 나라가 세계대전에서 동맹국이었던 만큼 일본은 독일과의 비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역사문제가 자신들의 국익을 저해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만큼 일본이 이를 인정하건 아니건 간에 한국, 중국과의 대립구도는 해결하고 가야만 한다. 일본에겐 미국이 더 중요해 보이겠지만 역사문제에 관한 한 미국도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인들이 일본에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를 반영해 입장을 정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은 미국이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존재이고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에게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우방이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으로서는 “우리는 더이상 당신들의 적(敵)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중국과 한국 국민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일본은 무조건적 사죄와 이를 뒷받침하는 상징적인 행동, 적극적 보상 등이 선행돼야 한다. 서독이 과거 냉전시대에 소련과 그 위성국가들에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는 미래를 위한 장기적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런 투자야말로 일본이 미래에 한국, 중국과 생산적인 호혜관계를 이끌어낼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일본은 중국과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한국과의 독도 분쟁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없다. 또한 국제사회에서도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염치없는 국가로 비칠 수 밖에 없다.

특히 많은 학자들이 한국과 일본 관계 복원 모델로 프랑스와 독일식 화해를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로 한국은 그 국토가 열강들의 전쟁터로 활용됐고 식민지가 되고 분단되는 등 오히려 폴란드와 더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일본이 한국에 대해 더욱 배려해야할 것으로 판단된다.

일단 일본은 과거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정권에서 추진했던 국가 차원의 사죄와 종군 위안부에 대한 직접 배상 등에 다시 나서야 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더이상 살아있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이는 아주 신속하게 처리돼야만 한다.

또한 러시아와 진행중인 쿠릴열도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둘러싼 영유권 논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 부분이 원만하게 합의되면 그 원칙에 따라 한국,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문제도 출구전략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조치들이 역사문제 자체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독일이 과거 나머지 유럽 국가들과 완벽한 화해에 성공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유럽지역 안보에 큰 기여를 했었다는 점을 일본은 명심해야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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