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점자블록을 찾습니다"

20대 남녀 4명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 ''공공옵티컬''
무관심이 초래한 사회 문제들을 디자인으로 해결
''스마트폰 정지선'', ''점자블록 실종전단지''로 화제
  • 등록 2017-07-20 오전 5:00:00

    수정 2017-07-20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시각장애인에게 점자블록이 사라지는 것은 친한 친구를 잃은 느낌일 겁니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시우 ‘공공옵티컬(00ptical)’ 팀장(27)은 점자블록 실종전단지를 붙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씨는 “시각장애인들 입장에서 보면 사라진 점자블록을 실종된 친구처럼 꼭 찾고 싶을 것 같았다”며 “그런 마음을 담아 실종 전단지를 붙였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한 카페에서 이시우 공공옵티컬 팀장(27)이 점자블록 실종전단지를 들고 있다.(사진=이슬기 기자)
공공옵티컬은 20대 남녀 4명으로 구성된 공공디자인 프로젝트팀이다. 성북구청 뉴딜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들과 예술단체 슈필렌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의류패션산업학과를 졸업한 이씨처럼 디자인에 경험이 있는 팀원이 있는 반면 디자인과 전혀 관련 없는 전공자도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무관심’이 초래한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독창적인 디자인을 통해서 해결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이씨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뭔지 고민해 봤더니 대부분 사람들이 무관심해서 생기는 문제더라”면서 “일상생활 속 방치된 ‘무관심’을 발견하고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어넣어 주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 5월 첫 선을 보인 ‘스마트폰 정지선’ 프로젝트는 첫 결과물이다. 공공옵티컬은 최근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교통사고가 많다는 기사를 접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횡단보도 앞 연석에 ‘스마트폰 정지선’을 설치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휴대폰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안전에 무관심해진 사람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서울시 성북구 한성대입구역 인근 횡단보도에 공공옵티컬의 ‘스마트폰 정지선’이 설치돼 있다.(사진=공공옵티컬 제공)
점자블록 실종전단지를 붙이는 두 번째 프로젝트 ‘점;점’ 역시 그 고민의 연상선상에서 시작됐다. 이씨는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미관상 보기 안좋다는 이유로 점자블럭을 철거한다는 뉴스를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했다.

이씨는 “많은 시각장애인분들이 점자블록이 사라지면 맨날 다니던 길도 생소하고 처음 오는 길처럼 느껴진다고 하더라”며 “제일 좋은 건 점자블록을 직접 설치하는 거지만 그래서야 비장애인들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문제는 반복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한 기둥에 점자블록 실종전단지가 붙어 있다.(사진=공공옵티컬 제공)
공공옵티컬은 지난 12일 홍대 인근과 성북구 곳곳에 점자블록 실종전단지를 붙였다. 실종전단지 한 켠에는 공공옵티컬 페이스북의 주소가 적혀있고 ‘점자블록을 찾으면 여기로 연락주세요’라고 쓰여있다.

점자블록 실종전단지 자체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 SNS 등에서 화제가 됐다. 이씨는 “실종된 점자블록을 찾아 제보해 주시면 점자블록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시각장애인에게 길을 안내하려면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은지 등 직접 만든 매뉴얼을 드릴 것”이라며 웃었다.

당분간 이씨의 목표는 올해 말까지 진행되기로 예정된 공공옵티컬의 팀프로젝트를 잘 끝내는 것이라고. 공공옵티컬로서는 올해 안에 세 개의 프로젝트를 하려고 예정해뒀기 때문에 9월쯤 세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한 뒤 올해 말 프로젝트팀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씨는 ‘공익 광고 제작자’가 꿈이다. 이씨는 “타겟이 정해져 있는 상업광고와 달리 공익광고는 모든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며 “사람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줄 수 있는 공익적 메시지를 담은 디자인을 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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