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배낭여행] 빅토리아 폭포에서 번지점프? 아프리카 최고의 순간 톱2

아프리카 여행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빅토리아 폭포에서 번지점프를?
상상도 못한 은하수 아래서의 비박
  • 등록 2019-07-28 오전 12:20:19

    수정 2019-07-29 오전 8:48:02

여행의 매력 중 하나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른다는 거다. 익숙한 일상이 아닌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그게 좋은 일 혹은 나쁜 일일지 알 수가 없다. 좋은 기대감을 가지고 간 곳에서 실망만을 경험할 수도 있고, 반대로 기대를 안 했거나 곤란했던 상황에서 오히려 좋은 추억을 만들 수도 있다.

아프리카 여행은 정말 예상 불가 그 자체였다. 처음 떠난 여행이었고 정보도 많이 안 찾아봤던 터라 시행착오는 웬만하면 다 겪어본 것 같다. 그 중에 힘들었던 순간이 상당히 많았지만 또 좋았던 순간도 분명 있었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볼 거다. ‘아프리카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 톱2다.

빅토리아 폭포에서 번지점프가 가능하단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걸 실제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


빅토리아 폭포에서 번지점프를? - 잠비아

빅토리아 폭포 옆에는 높이 128m의 ‘빅토리아 폭포 다리’가 있는데 여기서 하는 번지점프는 세계적으로 꽤 유명하다. 물론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 같은 사람은 생각해볼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한국에 있을 때도 번지점프를 안 했는데, 높이 128m의 다리에서는 더더욱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잠비아에 가니 이유가 생겨버렸다. 빅토리아 폭포를 방문했던 11월은 건기였고 폭포의 물 90% 이상이 말라서 없었다. 땡볕 아래서 몇 시간을 걸으며 폭포수를 찾아봤지만 헛수고였다. 폭포 하나 보려고 굳이 잠비아까지 왔는데 눈앞에 보이는 건 바짝 마른 절벽뿐이었다.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한 채로 정말 여길 떠나야 하나?’

더 볼 게 없는데도 쉽사리 폭포를 떠나지 못하는 발걸음은 어느새 번지점프대 쪽으로 와 있었다. 한 시간 동안 서서 번지점프만 구경했다. 처음엔 남이 뛰는 걸 보는 것도 아찔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번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건장한 성인뿐 아니라 노인, 어린이까지 자유롭게 뛰어내리는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 한 번 뛰는 요금은 약 20만원이다. 수중에 남아 있는 돈과 맞먹었다. 무모한 선택인 걸 알면서도 여기서 번지점프마저 하지 않고 떠나면 두고두고 후회만 남을 것 같아 그냥 질러버렸다.

번지점프대에서 뛰어서 끝까지 떨어지는 데는 10초도 안 되는 시간이 걸리는데, 죽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


현장 스탭에게 안내를 받고 차례를 기다리는데 마음이 의외로 홀가분했다. ‘그냥 뛰기만 하면 되는데 무서울 게 뭐 있어’. 대기 중인 모습을 찍는 스탭의 카메라 앞에서도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막상 차례가 되어 번지점프대 앞에 가서 팔을 벌리고 서보니 갑자기 후회와 걱정이 몰아쳤다. 눈앞엔 내 몸뚱아리를 받아줄 무언가가 하나도 없었다. 말 그대로 허공이었다. ‘여길 뛰어내린다고? 이건 미친 짓이야!’라는 생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등 뒤에서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쓰리’, ‘투’, ‘원’, ‘번지!’와 동시에 몸은 허공을 가르며, 빠른 속도로 추락했다.

앞서 번지점프를 했던 사람들처럼 소리지르면서 뛰어내릴 계획이었는데 현실은 ‘헉’하면서 아무 소리도 못 내고 떨어졌다. 한 번 끝까지 떨어진 다음 로프의 반동으로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비로소 맘껏 소리를 질렀다. 아찔함이 지나고 나니 그날 쌓인 모든 스트레스가 풀릴 만한 해방감이 들었다. 그러면서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꼈다. 평생 안 할 줄 알았던 번지점프를 건기의 빅토리아 폭포에서 해보다니. 이건 전혀 예쌍치 못한 전개였다. 콸콸 흘러내리는 폭포수를 못 본 건 뼈아팠지만, 대신 인생 첫 번지점프를 빅토리아 폭포에서 했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길이 남을 추억이다. 로프에 매달린 채 세상을 거꾸로 보던 그 순간은 아프리카 여행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으로 아직까지 남아 있다.

나미비아의 붉은 사막은 아프리카 여행을 가기 전부터 꽤 기대를 많이 한 곳이었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


붉은 사막이 만들어준 인연 - 나미비아

잠비아를 간 게 빅토리아 폭포 때문이었다면, 나미비아를 간 건 ‘붉은 사막’이라 불리는 ‘나미브 사막’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문제가 생겼다. 나미비아에 ‘도착!’하면 나미브 사막을 볼 수 있을 거란 예상과 달리 사막은 도시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고 갈 수 있는 대중교통도 없었다. 차를 빌리자니 면허가 없고, 가이드가 동행하는 투어는 1박2일에 40~50만원이 들었다. 혹시 차 있는 여행자가 숙소에 없을까 싶어 며칠 동안 둘러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숙소에서 제공하는 사막 투어를 신청해봤지만 그것도 인원 미달이었다. 그렇게 별 소득 없이 일주일이 지났고, 머피의 법칙처럼 나미비아 비자 만료이 겹쳤다. 빅토리아 폭포에 이어 사막까지 놓칠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가 억세게 운없는 녀석은 아니었다. 그때 마침 숙소에 여행자 커플이 새로 왔는데, 사막 투어 가격이 비싸다며 망설이고 있었다. 기회다 싶어 내 상황을 말하니 그들이 제안을 하나 했다. 나미비아인 친구들이 있는데 주말에 나미브 사막으로 같이 가자고 해보겠다고, 너도 같이 갈 생각 있냐고. 길게 생각할 것 없이 ‘오케이’였다. 사실 조금 걱정이 있긴 했다. 영어도 서툴고, 나를 빼고 다들 서로 아는 사이였다. 불쑥 끼어든 불청책이라고나 할까. 그냥 1인 투어를 할까란 생각도 했봐다. 하지만 여태 날린 1주일을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게 나미브 사막으로의 3박 4일 여행에 6번째 멤버로 껴서 가게 됐다.

함께 나미브 사막 여행을 갔던 5명의 친구들. 이 중 2명의 유럽인 친구들은 이후에 유럽에 가서 다시 만나게 된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


결과는 대만족! 눈치 많이 보고 어색할 거란 걱정과 달리, 같이 간 일행들은 오랜 전부터 알던 친구처럼 살뜰하게 대해줬다. 자기네들끼리 얘기 할 때도 항상 신경 써주고,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해 줬다. 일정은 더 만족스러웠는데, 투어로 가면 1박2일 동안 정말 사막‘만’ 보고 오지만, 이 친구들은 3박4일 동안 나미브 사막뿐 아니라 ‘스피츠코페(Spitzkoppe)’, ‘오콤바헤(Okombahe)’처럼 한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까지 모두 데려가줬다. 은하수 아래서 침낭 하나 달랑 깔고 자고, 한국인은 처음이라는 오콤바헤 마을 축제에서 전통 의상을 입은 나미비아 사람들과 춤추던 일은 투어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순간들이었다. 사실 3박4일의 모든 순간이 좋았다. 그 모든 걸 가능하게 해준 건 5명의 친구들이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추억은커녕 사막 근처에 얼씬도 못했을 것이다.

정말 여행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같다. 탄자니아에서 버스를 잘못 타고, 기차와 비행기를 놓치고, 갔던 길을 되돌아오는 그 모든 순간이 없었다면, 나미비아 숙소에서 1주일 동안 기다리던 그 시간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그래서 그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 내가 기억하는 나미비아는 어떤 모습일까?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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