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사회] "예배니까 괜찮다"는 전광훈 집회, 해산 가능할까

전광훈 "3.1절 일요일, 집회 아니라 예배" 강행 의지
경찰 "집회 강행하면 엄정 대응"
현행법상 집회 해산 등 대응에 현실적 한계
  • 등록 2020-02-29 오전 1:00:00

    수정 2020-02-29 오전 1:00:00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법과사회]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법과 사회’에서는 사회적 갈등, 논쟁관 관련된 법을 다룹니다.

“기도하다 하늘가면 영광이다”. 전광훈 목사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의 야외집회 자제요청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강행하겠다며 한 말입니다. ‘주의 종’인 전 목사야 지금 당장 하늘로 가도 영광이라 느끼겠지만 그가 주도한 집회 때문에 감염병에 걸릴 사람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서울시와 경찰이 사법처리까지 거론하며 집회를 금지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집회를 무작정 해산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집회나 시위의 해산은 엄격한 조건에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고, 대규모 인력을 강제해산했을 시 발생하는 비용 사회적 논쟁 등의 문제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3일 감염병 관리 등 법률로 집회가 금지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회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는 가운데 전광훈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1절 집회 강행, “예배니까 괜찮다”

구속된 전 목사는 집회 강행에 대한 여론 악화를 의식한 듯 최근 옥중서신을 통해 3월1일 진행할 예정이었던 대규모 보수집회는 취소하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하루 만에 다시 낸 서신을 통해 3.1절 집회는 일요일이라 예배 형식이므로 집회를 그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집시법에 따라 특정 종교와 관계없이 야외에서 종교의식을 위해 모인다면 똑같은 ‘집회’일 뿐입니다. 당국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집회를 금지했음에도 예배라는 이유로 집회를 열겠다는 전 목사의 논리는, 앞서 야외집회 도중 헌금을 걷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그가 “집회가 아니라 예배 헌금이므로 괜찮다”고 주장한 것을 연상시킵니다.

집회 강제 해산 가능할까

서울시와 경찰은 전 목사가 집회 강행 뜻을 밝히자 원천봉쇄 계획을 세웠습니다. 교통 통제구간에서 버스운행 노선 등을 임시 조정하고 차벽 설치 등도 고려 중입니다.

그러나 지난 주말 보수집회 참가자들은 감염병예방법 제80조에 따라 집회 제한 및 금지 조치를 위반한 자에게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경고조차 비웃으며 도심에서 집회를 이어갔습니다. 경찰 역시 참석자 특정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아 금지조치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경찰은 집회 강행 시 집결저지, 강제해산, 사법처리 등으로 엄정 대응할 계획이지만 여러 요인 때문에 집결한 이들을 강제로 해산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당장 수천에서 수만 명이 모일 집회 인원을 일거에 해산시키는 데는 막대한 물리력이 필요합니다. 지난 주말에도 경찰력 3000여명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장에 동원됐지만 이들로도 심각한 물리적 충돌 없이 집회를 해산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과거 집회에 대한 과도한 통제로 농민 백남기씨 사망 사건까지 일으키며 여론의 지탄을 받았던 경찰이 강제해산에 나서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 역시 작지 않습니다. 집회 또는 시위의 해산을 규정한 집시법 20조가 엄격한 요구조건을 요구하는 것 역시, 시민의 정치적 의사가 표출되는 집회에는 최소한의 제한만이 가해져야 한다는 집시법의 기본 정신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가 전국적으로 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23일 감염병 관리 관련 법률 등으로 집회 시위가 금지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회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종교인이기 앞서 ‘시민’


막연하지만 종교인들에게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처럼 복잡한 상황 때문입니다. 등록교인만 50만명으로 ‘세계최대규모 교회’ 타이틀을 갖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조차 주말예배를 그대로 진행하려다 감염병 우려로 28일 예배취소를 결정했습니다. 종교의 논리를 앞세워 집회를 강행하려는 전 목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주의 것은 주에게”라고 쓰인 성경 한 구절로 보입니다. 그가 종교인이기 앞서 한 사람의 시민이라는 자각을 잊지 않았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