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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플방지] "추미애 아들보다 라면 형제가 더 큰 문제"

'추 장관 아들' 공방에 묻힌 '라면 형제'
대정부질문 끝나고 나서야 눈물의 반성
초선 의원들도 '씁쓸'
  • 등록 2020-09-20 오전 12:05:00

    수정 2020-09-20 오전 9:45:33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추미애 아들보다 라면 형제가 더 큰 문제”

아이디 ‘amat****’을 사용하는 누리꾼이 이른바 ‘라면 형제’를 다룬 기사에 남긴 댓글이다. 이어 “독일 같으면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장관이 도마 위에 오를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정 전 분야를 망라한 지난 나흘간의 대정부질문은 ‘추미애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 16명 가운데 14명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을 집중 공격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안팎에서 추 장관을 엄호하면서 ‘오발탄’을 쏴 과유불급을 보여줬다.

“스스로 끼니 챙기려다”… 라면 형제의 비극

여야가 추 장관 아들 의혹을 두고 공방을 반복하던 중 지난 14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에 있는 4층짜리 빌라 2층에서 불이 났다. 초등학교 1학년, 3학년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을 낸 것. 두 형제는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자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게다가 형제가 엄마에게 방치되고 학대를 받은 정황도 나왔다. 경찰이 지난달 형제의 어머니인 A씨를 자녀 학대 또는 방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넘긴 상태였다. 지난 2018년부터 올해 5월까지 아이들을 방치한다는 신고가 3건이나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인천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가정환경 개선을 권고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인천가정법원도 지난달 말 A씨에게 6개월, 형제에게는 1년 동안 상담을 받으라는 보호처분 판결을 내렸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상담이 이뤄지지 않았고 그 사이 변을 당하고 말았다.

지난 14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상황에서 형제끼리 음식을 조리하다가 불이 나 형과 동생이 크게 다쳤다고 인천 미추홀소방서가 밝혔다. 사진은 화재가 발생한 주택 내부 (사진=연합뉴스)
형제의 비극이 알려지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수업을 하는 중 스스로 끼니를 챙기기 위해 일어난 일이어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이어 “정부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겠다. 코로나19로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실질적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철저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대정부질문 수일동안 시간 허비” …‘부끄러운 어른’

의붓아들을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천안 계모 사건’, 9살 소녀가 목숨을 걸고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창녕 계부 학대 사건’이 드러난 지 3개월 만에 아동학대 사건이 되풀이됐지만 대정부질문에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정 총리는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인 17일 자신에게도 추 장관 아들 의혹 관련 질의가 이어지자 “꼼꼼히 연구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크게 비난받아야 할, 그리고 대정부질문 수일 동안 (시간을) 허비해야 할 사유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이미 검찰로 넘어가 있는 상태로 국회에서 왈가왈부해서 (시비가) 가려지지도 않는다”며 “우리가 마땅히 챙겨야 할 일을 챙기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의정 활동을 오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라면을 끓여먹다 발생한 화재로 중상을 입은 인천 초등학생 형제를 언급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유튜브 방송 캡쳐)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정부질문이 끝난 다음 날에서야 라면 형제를 언급하며 “사회와 국가가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 했다”며 사과했다.

양 최고위원은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형제 어머니의 책임은 철저히 따져봐야 하지만 그렇다고 공동체와 국가가 면책되진 않는다”며 “두 아이를 키운 엄마, 국회의원, 여당 지도부로서 너무나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배고픔을 견뎌야 했던 아이들의 삶의 무게가 마음을 아프게 짓누른다”고 말하며 눈물을 참지 못했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양 최고위원은 또 “어제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두 아이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며 “국무위원(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휴가 문제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송구하고 참담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 공무원, 경찰이 힘을 모아 취약상황에 놓인 아이들의 실태를 시급히 파악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이를 위한 계획과 재원을 담당하고 국회의원은 자기 지역구의 아이들을 챙기자”며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말자고 당부했다.

이낙연 대표도 이날 “돌봄 사각지대의 취약계층 아동 현황을 세밀히 파악하고 긴급돌봄 내실화에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정치’는 추 장관 아들”

21대 초선 의원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국회에서 대정부질문을 지켜본 젊은 의원들은 그야말로 ‘현안’을 챙기지 않은 선배 의원들에게 실망 섞인 소회를 전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17일 대정부질문에 질의자로 나서 “나흘간 대정부질문을 보며 참 답답했다”며 “전례 없는 위기에 대책을 찾기도 바쁜 시간에 추 장관 아들 문제에만 집착하는 제1야당을 보면서 송구스러웠다”고 비판했다.

용 의원은 여당에 대해서도 “정부 지지율이 추락하는 것이 추 장관 아들 의혹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지금 정부의 대책이 국민들이 효과를 체감할 수 없는 반쪽짜리 대책이라서다”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같은 날 SNS를 통해 “‘대정부질문’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을 소환해 의견을 듣는 시간”이라며 “국민을 대신해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귀한 자리”라고 되새겼다. 류 의원은 “그러나 대한민국의 ‘정치’는 추미애 장관의 아들이었고, ‘외교’와 ‘통일’ 그리고 ‘안보’는 (추 장관의 아들) 서모 씨였다”며 “국정을 설명해야 할 국무위원 대부분은 관객이었고 주연은 ‘법무부 장관’, 조연은 ‘국방부 장관’이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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