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346.74 5.21 (+0.22%)
코스닥 822.25 11.59 (-1.39%)

[법과사회] 국가시험을 내 맘대로? 의대생 재응시 가능성은

의사 국가시험, 의료법 따라 치러지는 국가시험
사법시험·수능 등 다른 시험들 대규모 구제 사례 없어
의사 국시, 과거 재응시 기회 부여한 선례
  • 등록 2020-09-27 오전 12:05:03

    수정 2020-09-27 오전 12:05:03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법과사회]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법과 사회’에서는 사회적 갈등, 논쟁과 관련된 법을 다룹니다.

의사협회의 의정 합의에 국가시험 거부 행동 철회를 두고 혼란을 겪었던 의대생들이 결국 시험을 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습니다. 의시는 국가가 공인하는 ‘면허’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의사 시험은 법률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민정서를 떠나 의대생들에게 재응시 기회를 주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생기는 지점입니다.

지난달 14일 오후 대전시 대전역 광장에서 의료인과 의대생 약 700여명이 공공의료 의사증원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전국 40개 의대·의전원 본과 4학년들이 “국시에 대한 응시 의사를 표명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습니다. 국민을 전혀 설득시키지 못한 집단행동을 한 뒤 그래도 시험은 보겠다는 ‘성명’을 낸 것입니다.

마치 누군가 시험을 치지 못하게 막기라도 한 듯한 의대생들 태도에 여론은 싸늘합니다. 다시 시험을 치고 싶다면 그래도 유감의 뜻이라도 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국민적 양해 없으면 추가 시행 검토는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정부 입장과 달리 국민적 양해가 있더라도 시험을 또 치를 수 있는지도 미지수입니다. 의사 시험은 사설 병원이나 교육기관이 아닌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이기 때문입니다.

의료법 제9조는 의사 국가시험에 대한 조항을 다룹니다. 이 가운데 2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은 국가시험 등의 관리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법’에 따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맡길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또 국가시험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법’ 등 파생 법률이 줄줄이 제정돼 있습니다.

이처럼 법률에 의거해 실시하는 시험을 응시자들이 요구한다는 이유로 임의 실시한다면 국가기관이 법률적 원칙을 위배하고 공정성을 훼손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사법시험법에 따라 치러지던 사법시험, 고등교육법에 근거해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대규모 국가단위 시험들 역시 재응시와 같은 광범위한 구제 전례가 없습니다. 2014년 수능 시험 출제오류에 따른 피해 학생 구제를 위해서는 ‘대학입학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따로 제정해야 했을 정도입니다.
지난달 14일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고사장인 서울 광진구 국시원 로비에서 관계자가 응시생들의 안내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의대생들이 이번 사태에서 재응시 가능성을 믿고 시험 거부행동에 나섰던 이유는 정부가 유독 의대생들에게만 이같은 원칙을 져버리고 수차례 편의를 봐준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첫 사례는 평균 90%가 넘던 의사 국시 합격률이 60%대로 크게 떨어진 1995년, 1996년에 나왔습니다. ‘정부가 합격률을 낮추기 위해 지엽적인 문제를 출제했다’며 의대생들은 수업거부에 시험 취소 소송까지 냈습니다. 결국 2년 연속으로 재시험이 치러졌고, 탈락자 상당수가 구제되며 사태가 마무리됐습니다.

시험 거부 사태는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재현됐습니다. 의약분업에 따른 의사 집단휴진에 의대생들도 동맹해 시험 거부 행동에 나섰고, 사태가 마무리되자 정부는 미래의 ‘의사선생님’들이 시험을 다시 볼 수 있도록 또 국시 일정을 늦춰줬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의료는 어느 곳에서나 매우 특수한 분야로 취급됩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중요성에 더해 학문적 성취와 기술 숙달에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특수성이 공동체의 유지를 위한 원칙과 윤리보다 앞설 수는 없습니다. 정부는 과거 여러 차례 정당한 보건상의 요구와 의사라는 특수집단의 이기주의를 구분하지 못하고 이 원칙을 어기는 나쁜 선례를 남겼습니다. 의대생들의 한참 늦은 재응시 요구에 정부가 더욱 신중한 태도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