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오후 5시 창 안에서 생긴 일…황선태 '빛이 드는 공간'

2020년
일상공간 스민 '빛·볕' 담은 미디어회화
강화유리판에 이미지 입히고 LED 붙여
시시각각 다른 햇살로…'따뜻한 입체감'
  • 등록 2020-11-15 오전 4:05:01

    수정 2020-11-15 오전 4:05:01

황선태 ‘빛이 드는 공간’(사진=표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오후 4∼5시쯤일 거다. 노르스름한 볕색이 그때를 가리킨다. 큰 창을 따라 비스듬히 스미는 빛의 밀도가 말이다. 저 곁에선 놓고 있던 추억을 소환해도 될 듯하다. 저 아래선 어떤 고집스러운 의견도 이해받을 듯하고, 그저 오후 피로감에 깜박 졸더라도 용서가 될 듯하다. 저토록 관대해 보이는 햇살이라면 말이다.

작가 황선태(48)는 공간에 빛을 들인다. 눈속임으로 슬쩍 맛만 내는 정도가 아니다. 진짜 빛을 꽂는다. 강화유리에 스케치한 이미지를 입힌 뒤 LED로 빛을 붙이고 그림자를 덧대는, ‘미디어회화’를 구현하는 거다. 덕분에 화룡점정은 스위치가 맡았다. ‘온’으로 올리는 순간 공간은 반전한다. 냉랭함과 따뜻함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선뿐인 납작한 사물에 입체감이 생기는 ‘빛이 드는 공간’(2020)으로.

2000년대 초·중반 독일 유학시절, 우연히 책상 위 유리판에 햇빛이 비치는 걸 보고 “이거다!” 했단다. 이후 유리로 할 수 있는 시행착오는 겪을 만큼 다 겪고 여기까지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신경이 쓰이는 건 햇살의 밀도라고 했더랬다. 좋다고 과하게 쏘는 순간 빛이 드는 대신 열이 나는 공간이 될 테니.

12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표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빛: 기억을 그리는 공간’에서 볼 수 있다. 강화유리에 샌딩·유리전사·LED. 101×79×4㎝. 작가 소장. 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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