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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섣불리 접근하기가 쉽지는 않다. 태어나 처음 본 저들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으니까. 높은 곳에 선 이들은 나팔을 불고 깃발을 휘두르고, 낮은 곳에 선 이들은 다른 손들을 빌려 나선에 휘감긴 공을 허공에서 돌리고 있다.
수정도 할 수 없고 덧칠도 불가능하다. 오로지 흑백의 명암과 섬세한 붓의 움직임만으로 그 심오한 철학적 사유를 표현했다는 건데. ‘영원의 탑’(2020)은 그렇게 제작한 잉크화 12점 중 한 점이다. 짐작하다시피 ‘12’는 열두 달을 의미할 테고, 작품은 그중 어느 한 달에 벌어진 장면을 상징했을 거다.
12월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선릉로162길 노블레스컬렉션서 여는 개인전 ‘두 개의 깃발’에서 볼 수 있다. 전시명은 작가가 직접 썼다는 동명소설에서 따왔단다. ‘불멸을 위한 갈망’을 소설 전반에 깔아뒀다고 했다. 종이에 잉크·아크릴. 201×136㎝. 작가 소장. 노블레스컬렉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