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사리는 국민연금? 중립·기권 결정 늘었다

지난해 8건…올해는 10월까지 이미 20건
"편들기로 비춰질까 우려…한발 빼는 결정"
일각선 "사용자 위원 입김 세졌다" 해석도
  • 등록 2021-12-31 오전 1:30:00

    수정 2021-12-31 오전 1:30:00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투자기업 대상 주주권 행사를 강화해 가고 있는 국민연금이 찬성도 반대도 아닌 ‘회색지대’를 택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과 함께 일각에선 사용자 측 위원의 목소리가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연금 글로벌기금관 (사진=국민연금)


지난해 8건에서 올해 10월까지 20건으로 증가

30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민연금은 747회의 주주총회에 참석해 3319건의 상정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가운데 찬성은 83.22%(2762건), 반대는 16.18%(537건), 중립·기권은 0.60%(20건)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건수는 △2017년 2899건 △2018년 2864건 △2019년 3289건 △2020년 3397건 등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예년과 비교했을 때 중립·기권 결정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중립·기권 결정 건수는 2017년 7건, 2018년 1건, 2019년 6건, 2020년 8건이었으나 올해는 10월까지 이미 20건을 기록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미미하긴 하지만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국민연금의 중립 결정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지난 3월 포스코 주주총회에 상정된 최정우 회장 연임 건이었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수책위)는 “지침에서 규정하는 명확한 반대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산업재해에 대해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관련 법 제정 등을 고려해 찬성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중립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10월에는 SK와 SK머티리얼즈 흡수합병 안건에 ‘조건부 찬성’을 결정했다. 합병목적 등을 고려해 찬성을 결정하지만 의사결정 마감일 기준으로 주가가 주식매수예정가액보다 높은 경우에만 찬성표를 행사하고 그렇지 않으면 주식매수청수권 확보를 위해 기권하기로 조건을 단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이 제시한 기준이 맞춰지지 않으면서 국민연금은 이 안건에 대해 기권표를 던지게 됐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편들기’ 우려…“사용자 입김 세졌다” 해석도

올해 들어 국민연금이 중립·기권 결정이 늘어난 배경으로는 ‘어떤 편으로도 인식되고 싶지 않다’는 신중한 태도가 깔렸다. 대표적으로 기업 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안건의 경우 찬성이나 반대를 명확하게 결정하면 국민연금이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곤란하다는 것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연임 안건은 수책위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온 상태에서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면 외부 입김에 휩쓸리는 것처럼 보일 여지가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해 중립 결정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책위 관계자는 “찬성이나 반대를 결정하면 연금이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생긴다”며 “특히 가족 내 경영권 다툼 같은 경우는 아예 기권표를 던져 다툼에서 한 발 빠지거나 중립으로 가서 다른 주주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르겠다는 의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립이나 기권 결정이 늘어나는 배경으로 인적 구성을 들기도 한다.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의결권 방향을 결정하기 곤란한 사안의 경우 수책위에 맡기고 있는데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동수로 구성된 수책위 내부에서 사용자 측 입김이 세진 결과가 아니냐는 의견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책위로 회부되는 안건들은 내부 투자위원회가 부정적인 의견을 직접 내리기 어려워서 올리는 게 많다”며 “올해 들어 그런 사안이 특히 많아진 것은 아닐 테고 수책위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멤버 구성이 기업 쪽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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